비어있음.

by 김준식
262978537_5199297396798688_834969592933627362_n.jpg 이정호 선생님 촬영


夜中冥天太虛空*(야중명천태허공) 밤 중 어둔 하늘은 태허공이요,

日乘延充類寂光*(일승연충류적광) 오르는 햇살 충만하니 적광이로다.

孛星一繞漠漠界 (패성일요막막계) 살 별 광활한 우주를 한번 휘도니,

時覺此處器世間*(시각차처기세간) 때로 이곳이 우주임을 깨닫는구나.


2021년 12월 7일 오전. 페이스 북에는 당대의 고수들이 즐비하다. 감히 견줄 수 없는 비범함에 가끔씩 절망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알 수 없는 용기를 내서 그 비범함을 추종하기도 한다. 그런 분 중에 천문 사진을 촬영하시는 #이정호 선생님이 계신다. 늘 이 선생님의 천문 사진을 보다가 마침내 이 사진에 글을 써야겠다고 請을 넣었더니 흔쾌하게 수락하셨다.


이즈음 우주에는 혜성이 출현하여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혜성 이름은 Leonard2021(일반적으로 레너드 혜성으로 불린다. 정식 명칭은 C/2021 AI)인데 7만년 만에 우리에게 보이는 혜성이다.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레너드 혜성은 사실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숫자’로 설명된다. 무려 5200억㎞ 떨어진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왔기 때문이다.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명왕성이 지구와 대략 60억㎞ 떨어진 것에 비춰보면 상상하기 힘든 먼 거리로서 공전 주기로 보면 레너드 혜성이 다시 지구로 찾아올 날은 7만 년 후다. 7만 년이라니……


* 太虛空: 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를 이렇게 부른다.


* 寂光: 본래 적광의 의미는 번뇌를 끊은 자리의 광명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로차나(대일여래)가 발하는 빛을 적광이라 하고 대일여래를 모시는 전각을 적광전이라 부른다. '진리의 빛'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 器世間: 器世界라고도 한다.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와 같은 말이다. 모든 중생이 살고 있는 산하대지 등을 포함한 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넓게는 생물들이 거주하는 자연 환경, 물질세계 모두를 포함하는 우주를 말한다. 삼천대천세계란 4세기 인도의 세친(바수반두)이 쓴 아비달마구사론(줄여서 구사론)에 의하면 “4대주(四大洲)와 해와 달, 수미산과 육욕천(六欲天) 초선천 등을 모두 천배 곱한 것을 소천세계(小千世界)라 부르고, 이 소천세계(小千世界)를 천배 곱한 것이 중천세계이고, 이 중천세계를 다시 천배 곱한 것을 대천세계라 한다” 다시 그것이 3천이 있으니 그것을 3천 대천 세계라 부른다. 확장하고 있는 우주의 크기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부터 천 팔백 년 전, 인도 승려가 가졌던 우주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