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근 화백 작품 리뷰 에필로그

by 김준식
달동네 - 아버지의 배, 2017

佇見天河而心中吐露(저견천하이심중토로) 은하수를 우두커니 보다가 마음을 드러냄


小舟歧太虛 (소주기태허) 작은 배 허공에 떠 있으니,

空靈衍幽深 (공령연유심)*빈 영혼 그윽하게 퍼지는구나.

別帑難數得 (별노난수득) 처 자식 떠나온 지 세기도 어려우니,

憂欣從戀起 (우흔종연기)*근심과 기쁨은 그리움에서 일어나는구나.


2021년 12월 20일 오전. 엄경근 화백 작품에 졸시를 놓다. 엄 화백의 부친은 어부였다. 물 때를 기다려 바다로 나아가 한 동안 바다 위에서 지내시며 고기를 잡고 다시 물 때가 지나면 다시 육지로 돌아오셨다. 엄경근 화백이 창조한 그림 속에 아버지는 우주 위에 떠 있는 배를 타고 다니신다. 바로 그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 글을 써 본다.


우주 같은 막막한 바다 위에서 육지에 있는 처자식을 위해 혼신을 다해 그물을 당기시는 아버지가 문득 고개를 들어 검고 푸른 하늘을 보며, 글에 쓰여있는 것 같은 이런 마음으로 괴로움과 외로움을 달래고 이겨 내셨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더듬어 감히 나의 글로 표현하지만 혹여 쓸데없는 소리가 아닌가 하는 희미한 의심도 있다.


* 空靈幽深(공령유심):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미 의식의 경지를 이야기할 때 蕭疎平淡(소소평담), 荒寒幽寂(황한유적), 空靈幽深(공령유심), 寧靜閑和(영정한화) 경지로 표현된다. 이 그림을 나는 공령유심으로 해석하였다.


* 倪雲林(예운림)의 화제시 중 한 구절을 차운함. 예운림의 본명은 예찬(倪瓚, 1301~1374)으로서 원나라의 화가이다. 字는 元眞, 운림은 호인데 이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