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재에 매화는 벌써 피어나고.

by 김준식

梅花旣發余書齋 여서재에 매화는 벌써 피어나고.


座中佳士交談說*(좌중가사교담설) 아름다운 사람들 앉아 이야기 주고받으니,

間間語聲睡覺梅 (간간어성수각매) 두런두런 말소리에 매화 깨어났구나.

開花無聲亦落花 (개화무성역낙화) 꽃 피고 져도 소리 없듯이,

萬事返返淸無碍 (만사반반청무애) 모든 것이 맑고 걸림 없는 세계로 돌아갈 텐데.


2022년 2월 4일 입춘일. 오후 시간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대표님께서 베푸시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동에서 도자기를 제작하시는 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그분의 말씀에 매우 공명하였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돌연 ‘롤랑 바르트’(1915-1980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비평 이론가로 구조주의 비평과 해체 비평,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가로지르는 자취를 남겼다. 그가 쓴 <기호의 제국 L'Empire des signes> 은 일본 문화에 대한 바르트의 생각을 잘 표현해 놓고 있다.)가 생각났다. 그분이 바르트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그분이 만든 도자기는 범상치 않을 듯하다.


여서재 앞 정원에 매화가 피었다. 대표님을 찾아오는 수많은 佳人들이 여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 소리에 아마도 매화가 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글로 옮겨 본다. 늘 그렇지만 빈곤한 나의 식견과 무지에 한탄하며 28자의 글자를 놓는다.


* 사공 도 24시 품 ‘전아’의 풍격을 용사함. 전아(典雅)는 중후하면서도 우아한 풍격을 가리키는 말로서 정통파라는 뜻도 있다. 전아가 시가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정통적이고 장식적인 문체의 풍격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전아는 때로 장중하고 순수하며 동시에 우아한 미적 감각을 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