冥心玄照* 마음을 고요히 하면서 현묘하게 비춘다.
悠然望遠山*(유연망원산) 한가롭게 먼 산을 바라보니,
天地無美跫 (천지무미공) 천지에 아름다운 흔적조차 없네.
陋鄙滿汰溢 (누비만태일) 구차함은 차고 넘치나니,
閉目嗜春夢 (폐목기춘몽) 눈 감고 봄 꿈을 즐기리.
2022년 3월 8일 오전. 강원도에는 산불이 며칠 째 계속되면서 그 언저리 살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 세간을 싸그리 태우고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역병은 마지막 기세로 최소한의 일상조차 위협한다. 한편,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니 세상은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비루해졌다. 거기까지 신경을 쓰기는 어렵지만 멀리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넌지시 걱정이 된다.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새로워지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이제는 슬그머니 내려놓아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흔적 하나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눈을 감고 봄 꿈이나 즐겨야겠다.
* 명심현조: 중국 당나라 개원 연간의 유명한 글씨 이론가 장회관의 『書斷』에서 인용. 書斷은 書藝를 書學의 경지로 올린 서예 이론서이다.
* 석도가 그린 ‘도연명시의도’에 쓰여 있는 ‘도연명’의 시를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