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름다움

by 김준식

至美*


有眼瞑是非*(유안명시비) 눈 있으나 시비에 눈 감고,

心寂風往來 (심적풍왕래) 마음 닫으니 바람만 오락가락.

梅花獨雨濕 (매화독우습) 매화 홀로 비에 젖으니,

春色處處橫 (춘색처처횡) 봄 빛은 곳곳을 가로지르네.


2022년 3월 18일 오전 11시. 비 그친 뒤 학교 뒤편을 돌아본다. 지난밤 내린 비에 봄 꽃이 화사하다. 매화꽃 잎 안에 빗물이 맺혔다. 천지는 변함없이 잘도 순행하고 있건만 내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이 엉망인 듯 보인다. 하여 눈 감고 마음 닫으려 하지만 큰 아름다움(至美) 앞에 감히 눈 감지 못하고 또 마음 닫지 못한다. 하여 번뇌처럼 봄 색은 천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 至美: 『장자』에는 아름다움(美)라는 말이 약 50번 정도 나타난다. 그중 자연의 아름다움을 ‘장자’는 ‘大美’라 하였는데 이를 지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 李日華(이일화)의 시에서 이미지를 용사함. 이일화는 명나라 말엽의 학자로서 동시에 화가이자 시인이었다. 특히 그는 화론(요즘 말로 한다면 미술 비평) 가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