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及(미치지 못함)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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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及 미치지 못함


風淸除煩雜 (풍청제번잡) 바람 맑아 잡스러움을 없애니,

紅花供老枝 (홍화공노지) 늙은 가지에 붉은 꽃 핀다.

亮晨重來此*(량신중래차) 밝은 새벽은 다시 돌아오리니,

咬脣待不倚 (교순대불의) 입술 깨물며 치우침 없이 기다리리.


2022년 3월 20일 오전. 봄이 오는 아침 산길을 걸었다. 사진을 취미 삼아 촬영하는 나에게 겨울은 사실 촬영할 뚜렷한 대상이 없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는 이즈음, 겨울을 이기고 나타나는 생명들을 보며 행여 사라질까, 행여 떨어질까 싶어 사진을 촬영한다.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우리 눈이 보는 이 엄청난 광경을 사진기는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사진은 특별한 부분만을 보여주게 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어설픈 아마추어에게 풍경에서 무엇을 빼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인가? 하여 극단적으로 꽃을 화면의 위쪽으로 몰았더니 가운데 빈 공간이 너무 크다. 그래서 제목을 不及이라 정했다.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진리에 미치지 못함이다. 봄이 오는 길목, 꽃의 마음이 되어 몇 자 지어본다.


* 예운림의 시를 차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