喝!*
心境本虛空 (심경본허공) 마음은 본래 비어 있으니
何物遺陳迹 (하물유진적) 무엇이든 흔적을 남긴다.
口氣推香煙 (구기추향연) 입김에도 향연은 흔들리나니,
觀空境逾寂*(관공경유적) 공의 경계는 더욱 고요하여라.
2022년 3월 31일 오전. 늘 삶에는 슬로 모션으로 기억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도 매우 중요하고 급박한 순간의 기억은 매우 생생하게 그리고 느리게 남아있다. 삶의 고비고비마다 느꼈던 고통과 번민의 지점에서도 우리를 관통했던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우아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TV로 보는 스포츠 경기의 중요 장면은 몇 번이고 느리게 볼 수 있지만 삶의 장면은 절대 느린 그림으로 되살리지 못하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그 결정적 단점이 역설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장점도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아쉽게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기회들, 휙 스쳐가고 난 뒤 느끼는 안타까움. 매년 봄이 그렇고 꽃이 그러하며 더욱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 喝: 한자음은 ‘갈’이나 대체로 ‘할’로 읽는다.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수행자를 책망하고 독려하기 위해 쾅! 하고 발하는 소리 또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 당나라 때 선승 마조도일 이후 참선하는 수행자를 이끌기 위해 수많은 선승들이 사용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작용을 표현할 때, 수행자를 호되게 꾸짖을 때, 법회에서 설법을 끝낼 때 할을 발한다.
* 觀: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본다’의 의미보다는 깊은 의미가 있다. 범어 ‘Avalokit’의 의미를 한자로 단순히 옮긴 것인데 ‘Avalokit’는 분석해보면 접두어 ‘ava’가 아래(down)의 의미가 있고 ‘lokita’는 ‘인식하다’ 또는 ‘알아차리다’ ‘관찰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觀’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아래에 있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또는 이해하며 관찰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이 觀이 붙은 관세음보살은 그런 의미를 두고 만들어 낸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