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참 좋은 아침이다. 출근길에 오르내리는 질매재의 벚꽃은 서서히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출근길에 내려서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둔다. 아침 출근길이기도 하려니와 눈에 담아두어도 충분히 좋으니 꼭 사진을 찍어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이면에는 나의 기억을 위하거나 좀 더 확장시킨다면 타인에게 제시할 목적도 희미하게 깔려있다.
사진이란 어차피 일부분을 잘라서 틀 속에 넣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의 느낌이나 그 순간의 상황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사진을 찍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그 사진을 보면서 당시의 상황을 유추하려는 가벼운 욕망이 사진을 찍게 한다. (예술 및 상업적 목적으로 하는 사진 촬영은 논외로 함)
사진 속의 풍경은 정지해 있지만 우리 삶은 정지할 수 없다. 정지와 연속성의 묘한 마법이 사진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이다. 의도적으로 멈춰서 한정된 틀 속에 가둬버린 이미지 속에는 다양한 오류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류의 誤는 ‘잘못되다’라는 의미인데 ‘말씀’ 言과 ‘큰 소리 칠’ 吳가 합쳐진 형성자다. 큰소리치는 말은 잘못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말의 속성과 인간의 이면을 너무나 잘 조화시킨 글자다. 큰소리치는 말에 진실성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謬는 더 재미있다. 역시 말씀 언과 ‘높이 날 료(翏)’가 합쳐진 형성자다. 말이 높이 나는 것 역시 진실성이 거의 없다. 한 마디로 虛辭(허사)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흔히 말하는 고담준론(高談峻論)과는 전혀 다른 의미인 가벼이 날리는 말을 가리킨다. 전체적으로 판단해보면 한자의 오류는 진실성이 결여된 큰 소리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말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잘못되다’와 뉘앙스가 조금 달라 보이지만 동양권에서는 그것을 ‘잘못되다’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 오류에 해당하는 ‘Fallacy’의 어원을 보면 ‘기만(deception)’ 이나 ‘詐術(trick)’을 의미한다. 적극적으로 타인을 속이는 것을 오류로 본다는 의미다. 또 다른 영어 ‘Error’역시 ‘실수’라는 의미도 있지만 역시 타인의 무지를 기반으로 하는 부주의와 기만이라는 의미에 더 방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서양 사람들의 사고 속에는 타인을 속이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고, 또 그것을 ‘잘못되다’의 의미로 만들어 경계를 삼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큰 틀에서 동, 서양의 생각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 정작 사진 속에 오류를 생각해보니 미세하게 서양의 ‘속이다’라는 의미가 더 다가온다. 사진은 사실 일종의 편법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사진은 좋지 못한 풍경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미세한 것을 거대하게 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며 우리는 기분 좋게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피는 벚꽃이지만 우주에서 단 한 번만 있는 개화다. 짧은 개화 지만 그 속에 영원의 시간이 존재한다. 그 위대하고 장엄한 순간을 작은 틀 속에 넣어 두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다. 하지만 나는 또 사진을 찍을 것이고 또 찍을 것인데……
표지 사진은 2021년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