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by 김준식
캡처.JPG 여백이 무섭다.



2022년 4월 5일, ‘중학교 철학’ 원고 교정을 보다가 마지막 저자 소개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변방에서 일어나는 변화야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변방에 사는 우리들이 스스로 지어낸 ‘자기 위안’의 말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사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아주 희미하게, 정말 희미하게 변방의 변화가 중심을 흔들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느끼게 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변방에서 보는 것이 중심에서 보는 것보다 덜 왜곡되고, 변방에서 숨 쉬는 공기가 중심의 공기보다 더 신선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믿음은 출발한다.


저자 소개에 의례히 들어갈 학력, 출신, 학위, 그동안의 성과는 사실 저작물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장애물일 수 있다. 그것이 화려하면 화려한 만큼, 초라하면 초라한 만큼 그 저작물의 평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학력과 출신, 학위 등 그 어떤 장식적인 것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저자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았다. 철학 책이니만큼 일상적인 것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독자들이 끝까지 이 저작물을 읽고 마지막에 저자를 소개하는 글을 읽어준다면 아주 짧은 내용 속에 스스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를 테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가르치는 일은 30년 이상했으며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쓰면 충분히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30년 이상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노력해 온 사람”이라고 하면 나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한 기간 동안 탐구하고 배우며 기록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쓰고 보니, 지난 세월 나는 특별할 것도, 특별한 일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돌연 살아온 세월이 무용해 보인다. 하지만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정말 저자 소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좀 더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