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언 명제, 그리고 삼단논법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을 설명하면서 4개의 격과 64개의 식을 조합해 명제의 유형을 256개로 분류했다.(물론 타당한 형식은 24개 뿐이고 그것은 곧 4개의 격과 6개의 식이다.) 삼단논법의 전제는 정언 명제다. 정언 명제는 간단하게 주어+ 술어 형태의 명제를 말한다. 정언 명제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각각 A(전칭 긍정), E(전칭 부정), I(특칭 긍정), O (특칭 부정)가 그것이다. 전칭 긍정은 말 그대로 모두 긍정, 전칭 부정은 모두 부정, 특칭 긍정은 일부만 긍정(선택적) 특칭 부정은 역시 일부만 부정(선택적)을 말한다. 이 복잡한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거의 1000년 가까이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의 장자는 이런 애매한 이야기를 남겼다.
“가령 내가 그대와 논쟁했는데 그대가 나를 이기고 내가 그대를 이기지 못했다면 그대는 참으로 옳고 나는 참으로 그르단 말인가?
내가 그대를 이기고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면 나는 참으로 옳고 그대는 참으로 그르단 말인가?(정언 명제의 전제)
아니면 어느 한쪽이 옳고 또 다른 한쪽이 그르단 말인가?(특칭 긍정과 부정)
아니면 양쪽이 모두 옳거나 양쪽이 모두 그르단 말인가?” (전칭 긍정과 전칭 부정에 대한 입장) 즉 모두 T(참) 혹은 모두 F(거짓)으로 판단되고 그것이 누구이든 관계없다. (장자 제물론)
그리고 장자는 “나와 그대가 서로 알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참으로 어둠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니 내가 누구로 하여금 바로잡게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슬쩍 말을 흐린다. 더 이상 논리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
불투명으로 남겨두면서 오히려 매우 다양한 해석의 세계를 열어놓았다. 이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25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동 서양의 문화 차이일 것이다.
2. 피아 구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피아 구별이 분명하다.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같은 편이라도 안심해서는 곤란하다. 선거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 같은 편 안에서도 피아가 생겨난다. 위 장자 이야기처럼 “한쪽이 옳고 또 다른 한쪽이 옳지 못한” 쪽으로 몰아야 동력이 생겨난다. 이상한 인간세상이다. 쩝!@
위 그림은 경주 괘릉(원성왕릉)에 서 있는 서역인을 담은 이상한 석상의 뒷부분인데 머리를 묶은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