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형이상학과 화이트헤드 그리고 라이프니츠 (1)

by 김준식

화엄형이상학과 화이트헤드 그리고 라이프니츠 (1)


-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이 어려운 분들 이야기를 몇 편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비록 세계는 타락하고 불법은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우주적 사건을 이루신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부처께서 오신 날인데 말입니다. -


먼저 화엄경은 3~4세기 전후로 중앙아시아의 코탄지역(오늘날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인 和田)에서 수집된 불교 경전으로서 대승불교 최고의 경전이다. 원명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며, 현재 한역본으로는 권수에 따라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359년~429년, 한자 이름 각현覺賢, 당시 가유위국 사람으로 감로반왕의 자손)가 번역한 동진역본(東晋譯本) 60 화엄과 실차난타(實叉難陀, 652년~710년 당(唐) 나라 시대의 인도 출신 번역 승)가 번역한 당역본(唐譯本) 80 화엄, 현장삼장(玄奘三藏, 602년~664년)이 번역한 40 화엄 등 세 가지가 있다.


화엄사상의 철학적 구조는 법계연기(法界緣起)로 대표된다. 즉,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起) 일은 없다.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해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무진연기無盡緣起) 중중무진으로 연기된 법계는 사법계(四法界), 십현연기(十玄緣起)로 연결되어 있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연화장 세계는 현상계와 본체, 또는 현상과 현상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서로 융합해 끝없이 전개되어 끊임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연화장 세계에는 언제나 비로자나불(바이로차나, 대일여래)의 대광명이 모든 변화를 주재한다.


비로자나불은 연화장 세계의 주체로서 범 우주적인 질서 그 자체인데 부처로 응신되어(일종의 포교를 위한 방편)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화엄이란 무엇인가? 화엄(華嚴)’은 ‘잡화장엄(雜華莊嚴)’을 줄임말이다. 화(華)는 부처님의 행과 덕을 꽃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화엄(華嚴)이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의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로서 불법의 광대무변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엄의 또 다른 의미는 바닷물이 육지의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듯이 화엄(경, 법문)이 다른 여러 경전의 법문을 수용해 융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화엄 법문의 핵심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부처의 만법을 조화 통일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에게 방편으로 설명되었던 여러 이야기들에 의해 파생된 분파적인 분열을 극복하고 총체적인 하나의 원래 자리(깨우침)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는 불교사상의 보편적인 수행의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불가사의한 해탈의 경계를 증득한 부처의 경계를 실천적 체험으로 얻어내기 위한 지침인 것이다.


화엄형이상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화이트헤드(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d North Whitehead, 1861년~1947년)는 영국 출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로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유기체(과정) 철학이라고 불렀다. 그의 저서인 《과학과 근대 세계》(오영환 역, 서광사, 1989년)를 통해 그리스 철학(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철학, 우주론 등)으로부터 시작되어 뉴튼에 의해 굳어진 단순 정위 이론(theory of simple location)을 비판한다.


화이트헤드는 뉴튼이 말한 “자연은 단순히 존재한다. 자연은 외부적으로 지시되고 지배된다”는 말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자연이 가진 자기 창조성, 그리고 자발성으로서의 자연을 주장한다. 즉 세계를 유기체적 과정 이론으로 새롭게 설명하고자 한다.


이 지점에서 화이트헤드는 화엄경의 형이상학적 개념인 연기와 만나게 된다. 화이트헤드의 과정 철학은 세계를 두 측면으로 분석한다. 그 첫 번째가 ‘연장적 연속체’의 개념(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제; 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성》 오영환 역, 민음사, 1991년)이다.


연장적 연속체는 인식으로 파악되거나 연결되어 나타나는 현실적 존재들의 실재적 조건이다. 즉 각각의 현실 존재들의 존재 조건으로서 세계를 구성하는 객관적 사실체의 총합이다. 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자연 작용에 나타나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어지며 중중무진의 세계로 확산된다. 우주 속에서 독자적인 사건, 사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으며 각각은 서로 의존하며 내재하고 융섭 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는 세계를 분석하는 화이트헤드의 두 번째 측면인 화이트헤드의 경험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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