杞憂
1.
학교의 경영책임을 맡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들에게 원활한 학교 경영은 언제나 삶의 화두에 가깝다. 하여 여러 방향의 연수를 듣고 독서를 통해, 그리고 공부 모임을 통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존경스럽다.
이러한 교장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에 정말 쓸데없고 아주 건방진 기우가 있다. 그 걱정은 다음과 같다.
학교 경영의 최고 목적은 당연히 좋은 교육 여건의 조성과 그것을 기초로 한 다양한 교육적 행위의 실행이다. 즉, 여러 방향에서 아이들의 삶을 향상하는 것이 학교 경영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쏟아지고 있는 해외 경영도서(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들의)들이 교장 선생님 공부 모임에서 ‘경영’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러 공부의 방향으로 읽히고 있다.
회사 경영, 회사의 조직 운영의 최고 목표는 아무리 다른 장식을 달아도 결국 ‘이윤추구’인데 그것은 ‘교육’과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가치다. 교육은 거시적으로 볼 때 회사의 이윤추구와는 달리 오히려 이윤을 포기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인재양성 프레임이라면 이윤추구가 목적일 수 있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 즉 교육은 돈을 쓰는 일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라는 말을 교육에서는 이제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 더디고 어렵게, 그리고 천천히 그리고 확산적으로 생각해야 할 교육을 자본주의식 경영방식으로 조율하고 조정한다는 것은 참 말이 맞지 않다. 혁신을 주장하고 행복을 외치는 이즈음의 학교에서 냉혹한 이윤추구의 얼굴을 감춘 회사 경영의 방향을 배운다는 것은 난센스처럼 느껴진다. (다른 방향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기우는 그냥 기우다.)
지금 서구의 자본주의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제법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듯 보이지만 결국 ‘자본의 축적’이 최고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제법 인간적인 면모를 갖췄다고 해서, 그리고 조직을 잘 운영한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의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할 그 어떤 부분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좀 더 노력하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 근본적으로 방향이 다르다.)
나의 기우가 정말 기우였으면 좋겠다.
2.
인사청문회 이야기 하나만 더
이제는 욕도 나오지 않고 체념이 된다. 완전히 망가진 도덕성에 대하여 비난조차도 아깝다. 기대 가능성이 거의 제로다. 한국인의 특성 중에 이런 좋지 못한 면이 있다. 사실 나도 가끔씩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나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너는 그러면 안돼!”
심해 잠수부가 느끼는 적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5월의 학교, 숲 속 대기 중에서 느꼈다. 그 어떤 수식으로도 그 어떤 묘사로도 이 답답함과 쓸쓸함을 표현할 수 없다.
5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심해 잠수부의 느낌으로 살아갈지 참 걱정이다. 기우였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