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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대하여… 희망을 가져도 될까?

by 김준식

희망에 대하여… 희망을 가져도 될까?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희망을 이렇게 정의했다.


희망이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기쁨이다.


의심하는 미래…… 그렇다 미래는 확실히 의심스럽다. 의심스럽다는 말은 매우 조심한다는 의미이고 조심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꽉 움켜쥔다는 의미이다. 종합해보자면 스스로의 삶을 탄탄하게 조이고 매우 신중하게 움직인다면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그런데,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과거는 기억의 공간이다. 그 기억의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이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높고 설사 현존한다 하더라도 과거라는 기억의 공간에 존재했을 당시에 그 사물의 관념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기억의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로부터 생기는 기쁨을 희망이라고 한 것은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우리에게 희망은 오로지 미래의 시간에 존재할 것 같은데.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다시 천천히 생각해본다. 왜 그는 과거의 사물로부터 비연속적인 기쁨을 희망이라 불렀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과거 기억의 공간에 존재했던 사물에서 감정을 느끼기는 한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는 말로 부른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추억은 기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 분노, 격정이 모두 포함된 말이다.


스피노자도 생각했을 것이다. 과거 기억의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로부터 오는 비연속적인 '기쁨'은 추억이 아니라 희망의 범주에 넣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스피노자는 이 말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음이 분명하다. 결국 미래는 과거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기는 하지만 연결되어 있고 동시에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끝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스피노자는 40대의 나이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60대인 내가 부끄러운 밤이다.


목요일 저녁 스피노자 에티카의 한 줄을 읽고 오래 생각에 잠긴다. 희망에 대하여….


Spes est inconstans lætitia orta ex idea rei futuræ vel præteritæ de cujus eventu aliquatenus dubitamus. (라틴어)


Hope is an unstable joy arising from the idea of a future or past event of which we doubt to some extent.(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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