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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짧은 이야기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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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나는 ‘스승의 날’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유야 천 가지, 만 가지가 넘겠지만, ‘스승’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세상에서, 그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승’의 날에 떠밀려 주인공이 되는 이 웃픈 현실이 싫어서다. 의미 없는 이름 ‘스승’ 대신에 교사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공휴일로 만들면 좋으련만….. 억지 춘향도 이런 억지 춘향이 없다. 아이들은 꽃을 들고 오고 더러는 먹을 것을 들고 와서 자기들끼리 교실에서 떠들썩한 날이 오늘이다. 올해는 일요일이어서 천만다행이다.


30년 이상을 학교에 늘러 붙어있다 보니 가르친 제자가 많기도 하여 해마다 이 날이 오면 꽤 많은 제자들이 연락도 하고, 찾아도 온다. 참으로 미안하고 화끈거리는 일이어서 늘 손사래를 치지만 제자들의 마음도 마음인지라……


최근에는 제자들에게 여러 번 스승의 날 메시지 및 기타 행동에 대한 분명한 거부의 의사표시를 했고 제자들 생각에 “애당초 할 마음도 없는데 잘 됐다!!”(ㅋㅋ)는 마음인지는 몰라도 작년부터 연락이 뜸하다.(평소에는 새벽부터 메시지와 톡이 왔다.) 그래서인지 기분 참 홀가분하다. 그런데 주례를 서려고 김해에 가던 중에 이런 톡이 왔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천천히 읽으면서 고맙고 안타깝고 부끄럽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마도 이것을 ‘자랑질’이라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이런 톡을 받으면 참 지나온 날들이 돌연 무겁고 아득해진다. 보내준 그 아이 (이제는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는 순간 현재의 내 자리와 과거의 내 모습이 교차하면서 어지러워진다. 사실이다.

2023년엔 스승의 날 대신에 교사의 날로! 그리고 공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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