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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아침!

by 김준식

새로 뽑힌 대통령은 우르르 무리를 이끌고 점령군처럼 광주를 간다 한다. 그것은 국민 화합을 위한 다기보다는 위세를 보여주는 惹鬧이거나 혹은 무력시위에 가깝다. 그들의 태도가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가 현재의 정치권력에게 바라는 일은 “단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책임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진실을 밝히겠다”라는 태도다. 이전 정부도 못했으니 이미 물 건너 간 일인지도 모른다.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프랑스의 드골은 자신의 사관학교 스승인 페탱 원수도 자신이 집권한 뒤 나치협력자로 처벌했다. 恩怨에 연연해서는 과거사 청산은 불가능하다. 해방 공간에서 우리는 잘라야 할 때 자르지 못한 그 후유증을 지금도 겪고 있지 않는가!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정치적, 민족적 이유로 학살되었다. 아마도 우리가 아는 가장 최근의 대규모 학살 사건일 것이다. 물론 역시 아프리카 수단에서 2010년 다르푸르 분쟁으로 약 17만 명이 죽었지만 그 속에는 전투 중 사망자와 아사자 숫자도 포함된 것이다.


미국 퍼듀 대학의 정치학 교수로서 ‘학살 및 인종 갈등에 의한 대량살상’에 대한 전문가인 로버트 멜슨은 그의 저서 “Paradigms of Genocide”에서 '학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정치적 주체에 의한 유의미하게 많은(상대적으로 무력한) 자들에 대한 의도적 살해, 특히 정치적 학살은 범죄 또는 병적 상태로 인한 대량 살해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정치적 학살의 주체인 ‘정치 주체’라 함은 물론 국가 및 국가의 하수 조직들을 포함하나 때로 비정부 조직일 수도 있다”라고 쓰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학살'은 사실 그 예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역사에 기록된 학살만으로도 방대한 분량의 책이 될 정도다. 신념과 권력을 위해, 인종을 위해, 이념을 위해, 그리고 별 다른 이유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는 역사는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 속에서 학살의 책임자는 대부분 처벌받았고 처단되었다. 하지만 처벌받지 않고 처단되지 않은 학살자들이 행복하게 살아 숨 쉬며 활개 치는 곳도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기록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동조자들을 양성하여 정치적으로 이용, 사면 복권된 뒤 그들의 죄를 숨기고, 오히려 학살에 의한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폄훼하며 가짜 뉴스를 양산하여 진실을 흐리고 있다.(그 무리 중 일부가 오늘 광주에 가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한다. 역설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이다. 승자의 거만함인가? 아니면 오만한 자신감인가?)


42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총상은 여전히 통증으로 남아있고 그날의 꽃다운 죽음들에 대한 책임자들은 아직도 처벌되지 않고 있다. 정태춘 노랫말처럼 그들의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다.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게 명령한 장군들은 아무런 죄과도 받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그러다가 평화롭게 병들어 죽는다. 오로지 상처는 희생자와 가족들 그리고 그 주변부의 사람들에게만 남아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총칼에 맞선 그날의 영령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이는 아침이다.


아! 광주여! 5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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