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화

by 김준식

物化*


白花悶獨坐 (백화민독좌) 흰 꽃 홀로 앉아 생각하니,

生死僄微風 (생사표미풍) 삶과 죽음이 바람처럼 가벼워라.

萬殊寂無偏*(만수적무편) 모든 것이 고요하여 치우침 없으니,

微微自曠充 (미미자광충) 작은 것도 스스로 비우고 채워지네.


2022년 5월 23일 오후. 날씨가 더워진다. 지난주 사천시 소재 봉명산 둘레길을 걷다가 때죽나무 꽃 한 송이가 올봄 새로 돋아난 고사리 잎 위에 살짝 내려앉은 모습이다. 때죽나무 꽃이 되어 생각해본다.


* 물화物化에 대해서는 《장자》 전편에 걸쳐 많은 비유가 있다. 천지天地편의 ‘방차여물화이미시유항方且與物化而未始有恒’, 즉, ‘틀림없이 외물과 함께 변화해 가면 처음 불변의 항구성恒久性이 없어질 것이니’(주체성을 잃고 사물에 흔들리면 유지되는 것이 어렵다는 뜻)에서 변화의 뜻으로 쓰였고,


칙양則陽편의 ‘일여물화자 일부화자야日與物化者 一不化者也’(매일매일 사물事物과 더불어 변화해 가는 자는 실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는 존재)에서는 좀 더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변화, 이를테면 변화하지 않는 가운데 변화를 의미한다.


소요유逍遙遊편에서 ‘물화物化’의 ‘化’는 ‘장자’의 핵심사상으로서 ‘죽음’과 같다는 것이 통설이다. 번역은 일단 ‘物의 변화’라고 하지만 ‘여물동화與物同化’ 즉, 사물과 더불어 동화됨. 즉 일체가 됨으로 풀이된다.


* 불교에서는 적寂은 고요하다를 넘어선 절대 경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공적空寂은 우주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비어 있어 불변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간단하게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는 뜻도 된다. 또 마음이 텅 비어 매우 고요하다는 뜻도 당연히 있다. 확장하면 번뇌나 집착이 없이 무아무심無我無心의 경지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