襤褸(남루) 너절하다.
老去幸下愚*(노거행하우) 늙어가매 하우도 다행인데,
終日心無緣 (종일심무연) 종일 마음은 너덜너덜.
樗草竟各花 (저초경각화) 이름 모를 풀들, 꽃 피우니,
慒來懼不眠 (종래구불면) 심란해져 잠들지 못할까 두렵네.
2022년 5월 28일 오후 4시쯤. 지극히 개인적인 저간의 사정으로 서울서 열리는 전교조 창립대회를 참가하지 못했다. 89년 그 엄혹한 시절에도 천신만고 끝에 참여했는데 ……
이 모든 상황을 포함하여 최근의 마음을 나타내는 글자는 ‘남루하다’가 딱 맞는 이야기다.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는 증거일 것인데, 나는 아무런 대책 없이 下愚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다행인지 모른다.
강렬한 봄 꽃들이 지고 나니 산야에는 알 수 없는 꽃들이 피고 또 진다. 그 피고 짐을 생각하니 그 또한 십현 연기(십과 현은 각각 가득함과 깊음을 의미한다. 중중무진의 연기를 이렇게도 표현한다.)의 굴레인지라 이런저런 생각에 잠들지 못할까 두렵다.
* 下愚하우: 어리석고 수준 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