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철학》북 토크 후기

by 김준식

1. 나의 책 《중학교 철학》 북 토크


여태훈 대표님의 나에 대한 소개는 연암 박지원의 '마장전(馬駔傳)'처럼 대단히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그분의 삶에 투영된 나의 모습이란 대저 그러했을 것이다. 분에 넘치는 말씀에 늘 고맙고 부끄럽다.


북 토크에 오신 분들을 보면서 여러 번 놀랬다. 한 분 한 분, 거명하여 고마움을 표하고 싶지만 글이 가지는 한계로 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마음으로 간직하여 평생 보답하고자 한다. 삶에 경건해지는 순간이다.


북 토크를 주관하신 신관수 선생님!!! 딱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런데 나의 책만 보고 어제저녁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셨는데 일찍이 보지 못한 북 토크를 만들어 내셨다. 더러 북 토크 행사에 참가해 본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객석에 있는 사람은 정말 손님일 뿐인데, 어제저녁은 객석의 손님과 내가 함께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였다. 정말 대단한 기획력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께 깊은 은혜를 입었으니 두고두고 보답해야 한다.


어제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북 토크에 참여한 중학생 친구였다. 중학생이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책 후기를 썼고 또 말도 너무나 잘했다. 부모님과 함께 왔으니 그 부모님 또한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신관수 선생님의 제자인 이 아이는 이미 나의 책을 간파한 듯하여 너무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 제대로 주인을 만난 것이다.


나는 말을 유려하게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자주 과감하게 끊어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어제저녁도 유려하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돌아보니 평소 버릇대로 하고 말았다. 반성하지만 어렵다.


거듭거듭 부끄럽고 고마운 마음이다. 여러 분들에게 입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2. 두은문향


중국의 茶聖 陸羽(육우 당나라의 문인으로 茶經을 저술하여 중국 차 문화 정립에 공헌함)가 쓴 다경에 이렇게 쓰여있다. “분노와 울화를 떨쳐 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어지럽고 미혹함을 떨치려면 차를 마셔라!” (券上, 一 之源, 券下 六 之飮; 차의 효능에 대한 내용 중)


茶에 대하여 나는, 거의 문외한이다. 다만 미각에 닿는 느낌으로 희미하게 좋은 맛을 구별하는 정도다. 그런 내가 이런 귀하고 아름다운 차를 마시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두은문향은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께서 자신의 차밭에서 지난봄부터 손수 찻잎을 따서 덕고, 말리고, 찌고, 발효시킨 차 이름이다. 그 귀한 차를 올해도 주시니 덜렁 받아왔다. 참 부끄러운 손이다. 나는 드릴 것이 없는데.


다만 귀한 차를 마시며 육우의 말처럼 혼미함을 진정시키고 어지러움을 정돈하려 한다. 깊은 마음의 빚을 자꾸만 진다.



3. 한 반향으로 흐르는 ……


살면서 은혜를 받고 또 나름 은혜를 베푼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되돌아보니 늘 주고받음이 일정한 상대와 완벽한 호혜평등을 이루지 않는 것을 깨달아 간다.


이를 테면 내가 끝없이 받기만 하는 상대가 있고, 나 역시 늘 베푸는 상대가 있는데 그 둘은 거의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은혜와 보답은 쌍방향으로 일어나는 것보다는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거대한 원을 그리는 순환 구조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누군가로부터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함을 항상 누군가에게 베풀어서 갚아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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