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모습

by 김준식

心象(심상)


夏來蜀葵發 (하래촉규발) 여름 오니 접시꽃 피고,

時啼布穀鳥 (시제포곡조) 이따금 뻐꾸기 우네.

作詩破再厲 (작시파재려) 시를 짓다 허물고 다시 지으니,

語意何乃杳*(어의하내묘) 말과 뜻이 이렇게 멀리 있음을.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오전 10시. 오늘은 오후에 모처에서 강의가 있어 산행을 할 수 없다. 하여 아침 걷기를 마치고 모처럼 토요일의 안온함을 즐긴다. 깊이 내려앉은 세상의 모습을 조용히 본다. 나의 범위래야 겨우 한 뼘이겠지만 이 작은 범위에서도 만물은 서로 얽혀 순환한다. 깊이를 느끼는 것은 오로지 나의 눈과 마음이니 특별히 강조할 일은 아니다.


구름이 낮게 깔린 토요일 아침 앞 산의 풍경, 이따금씩 들리는 뻐꾸기 소리는 한 없이 지루하다. 하지만 지금 딱 여기가 내 생존의 꼭짓점이니 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없다. 이렇게 짧은 20자 맞추기가 참으로 어려운 아침이다. 마음 탓인가!


* 蜀葵: 접시꽃, 布穀鳥: 뻐꾸기

*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중 論詩 중 한 구절의 이미지를 용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