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by 김준식

Apeiron*


微滴集成雲 (미적집성운) 가는 물방울 모이면 구름이 되고,

續分到夸克*(속분도과극) 쪼개고 또 쪼개면 쿼크가 된다네.

無通阿彌陀 (무통아미타) 없음은 무한으로 통하는데,

朝懷千歲慬*(조회천세근) 아침에 천년의 근심을 품나니.


2022년 6월 15일 아침. 다행히 최근에 비가 자주 와서 이제 국화 모종은 완전히 활착 하여 분얼을 시작하고 있다. 학교 건물 뒤편을 보고 건물 모서리를 돌아 나오다가 문득 먼 산을 본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풍경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만드로스의 이야기를 떠 올리며 그 이야기에 기대어 글을 쓴다.


나의 쓸데없는 근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통증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출근길에 들은 정태춘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92, 장마 종로에서 일부)


* 아페이론(Apeiron)의 a는 ‘without’의 뜻이며, peiron은 희랍어 peirar로서 ‘end, limit’의 뜻이 있다. 즉 뜻을 합해보면 '무한'의 뜻이 된다. 아페이론은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탈레스의 젊은 제자 아낙시만드로스가 만물의 근원을 이렇게 불렀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 탈레스의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는 주장을 좀 더 과학적으로 해석하여 만물의 근원, 즉 아르케를 ‘아페이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이런 연유로 그를 철학자이자 최초의 과학자라고 부른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그가 설계한 우주론의 중심 개념이다. 현재 남은 그의 저작은 거의 없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에 의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의 근원, 즉 아르케(아페이론)는 무제한, 무 정량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아페이론은 변화라는 개념의 상위에 있으며 영원히 새로운 물질을 창조해낸다고 생각하였다.


* 쿼크(quark)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다. 이것을 음차 하여 ‘과극’이라 쓴다.


*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의 시적 이미지를 용사함. 2세기 중엽 文選(문선)에 실린, 작자 불명의 5 언시 19 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