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by 김준식

혈족의 장례식에 다녀오다.


죽음에 대하여 하루 종일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죽음이란 역시 삶의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음습하거나 무섭거나 피해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모든 것이 정지되는, 그리고 마침내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 상황을 의미하기는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도 결국 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불변의 진리 앞에 서면 돌연 죽음이란 것조차도 삶의 연속선 상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태로 파악될 수 있다. 살아온 매 순간 가졌던 욕망이나 희망, 또는 간절함이 죽음이라는 사태 앞에 종결될 뿐, 모든 것은 사실 그대로 전혀 변함없이 유지되고 또 진행될 것이다.


죽음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기 위해 ‘나’의 죽음으로 한정해 본다면 '나'의 죽음이란 내가 종결된다는 것 외에도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의 단절이며 종결이라는 것인데, 그 단절과 종결은 지상에 내가 점유했던 일체의 공간이 완벽한 공백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백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떤 절대적 사태이기 때문에 죽음이 공백이라고 보는 것도 사실은 논리상 오류가 아닐까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 즉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몰락과 탄생의 과정 속에 단지 존재하고 또 사라져 가는 이 절대적 순환 속에서 죽음은 그 불변하는 진리의 증거이며 살아 있는 것과 같은 하나의 사태일 뿐이다. 그리하여 죽음은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나 죽음 이후의 세계로 진입하는 그런 사건이 아니라 다만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완벽한 논리의 구체적, 그리고 유일한 증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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