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60)

길(道), 그리고 형이상학

by 김준식

1. 길(道)


지난 시간에 노자의 도를 이야기하면서 조금 쉬운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길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길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글로 쓰게 했다.


첫 질문은 “내가 눈으로 보고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길(道)의 종류를 써 봅시다.”이고 두 번째 질문은 “내가 눈으로 보고 실제로 걸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길(道)을 써 봅시다.”였다.


아이들의 대답을 보면서 중학생들이 가진 세계와 가치를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


첫 질문의 대답 중 이런 대답이 있었다. 즉, 내가 눈으로 보고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길(道)의 종류에 대하여 “빈민가”, “바닷길”, ”내리막길”, “하굣길”, “자갈길”, “복도”, “지름길” 등의 대답이 조금 특이한 대답이었다. 관념적인 것이 섞인 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이미 아이들의 생각 속에는 관념과 실체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두 번째 질문은 더욱 재미있다.


즉, 내가 눈으로 보고 실제로 걸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길(道)에 대하여 아이들이 대답한 가장 많은 답은 “무지개”였다. 아이들은 무지개를 하나의 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사실 매우 놀랐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황천길”이었다. 중학교 아이들에게 이미 죽음에 대한 생각도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뭐라 평가할 수는 없다. “순례자의 길”이라는 대답도 있었는데 그 아이에게 물어보니 “순례자의 삶”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순례자가 뭔지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질문하고 또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아이의 생각이 달라질까 우려하는 마음과 또 아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순례자의 생각이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미 아이들은 道를(노자의 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거의 이해하고 있었다. 삶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거나 안 할 뿐이지 마음속에는 모두 저마다의 도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느낄 수 있었다. 교사는 그저 아주 솔직하게 스스로의 삶의 길에 대해 아이들에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삶과 생각을 약 5분 정도 이야기했다.


2. 형이상학 그리고 형이하학(Metaphysics & physical science)


45분을 道이야기로 보내고 다음 45분은 변증의 산맥 두 번째 주제인 ‘중중무진’ 인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만 중학교 과정에서 불교 철학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거대한 불교 철학의 바다에서 변증법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것을 아이들이 이해할만한 단어와 논리로 이야기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고 오래 고민한 결과 불교 철학의 말단이라도 중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첫 이야기 시작에서 아이들과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암벽과 마주했다.


“석가모니는 깨달음 이후에 형이상학적 철학 문제는 가능한 논의하지 않으려 했다.” 이 문장에서 아이들은 ‘형이상학’이라는 암벽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늘 교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되는데 그 철칙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형이상학을 모른다. 사실 나 역시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하나씩 설명을 하면서 선생님이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형이상학을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 형이상학은 존재의 인과관계와 그 가능성 그리고 필요성을 연구하는 철학의 한 갈래다.


- 우리는 ‘존재’에 대하여 《중학교 철학》 55~59P에서 이미 조금 배운 적이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Sein)와 현존재(Dasein)를 생각하면서) 존재의 원인과 결과를, 그리고 왜 존재하여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형이상학이다.


- 형이상학은 두 가지의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What is there?” “What is it like?” 즉 거기에 있는(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러한가?(존재의 상태나 상황, 혹은 절대의 공간적 위치)이다.


- 가장 쉽게 감각기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세계 너머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탐구가 형이상학이다.


마지막 설명에서 아이들은 약간 수긍하는 눈치다. 사실 오류가 많지만 중학교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더 이상 말을 확장하지는 않았다.


형이하학은 그런 형이상학의 바탕이 되는 지각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탐구라고 이야기했는데 오류투성이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컸다.


정작 부처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45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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