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 잡놈, 범부, 현자, 아라한.

by 김준식

2022년 대한민국. 잡놈, 범부, 현자, 아라한.


잡놈들의 특징은 양심이 없고 수치심이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꼭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가 뉴스에서 늘 보는 사람들 중 8할은 여기에 속한다. 이 나라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잡놈들이 등장하는 뉴스가 너무 많다. 참 한심하다. 어쨌거나 이 나라에서 제법 ~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거의 맞다.


잡놈 위에 범부다. 범부의 특징은 욕심과 분노, 어리석음에 물들어 사는 보통사람들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릴 수 있다. 이들도 기회만 닿으면 언제든지 잡놈들 못지않게 염치없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여기에 속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다만 범부 중에 간혹 현자의 싹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범부가 잡놈으로 흑화 되거나 현자로 순화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현자들은 세상의 진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고 또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즉 사태와 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어렴풋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르게 설명하면 지금 여기에 실존하는 나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닌 절대의 연기와 업에 의해 나타나 있는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


아라한은 현자들보다 한 단계 위다. 阿羅漢의 본 뜻은 소승불교의 수행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경지를 말한다. 안과 밖이 항상 고요해 다툼이 없는 무쟁 삼매(無諍三昧)에 머무른다. 즉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로부터 벗어난 존재들이지만 아직 부처는 아니다. 현자와 아라한은 비록 뛰어난 존재들이지만 때때로 범부의 번뇌로 빠져들 우려가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2년 지금 세상을 보니 어이없게도 잡놈들이 언감생심 현자처럼 행세하고 범부들이 감히 아라한처럼 꾸민다. 한 줌도 되지 않는 권력과 자본으로 본색을 감추지만 잡놈은 스스로 잡놈임을 숨기지 못한다. 범부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범부임을 드러낸다. 비록 아라한은 못되지만 연기와 진리를 이해하는 현자들은 바보처럼 살고 있다.



표지 그림은 프랑스 출신의 아방가르드 화가인 Francis Picabia, Optophone(빛으로 인쇄 활자를 소리로 재생하여 시각 장애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전자 장치) 60X72츠 1922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