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들에게 ‘보편’은 어려웠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보편’이라는 단어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장님에게 길 안내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길 안내가 필요한 장님은 잘 듣기라도 하지 아이들은 ‘보편’이 뭐가 되든 전혀 상관없는 처지이고 또 표정이다.
하~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온갖 종류의 예시를 꺼낸다.
먼저 도서실에 즐비한 책을 꺼냈다. 이렇게 생긴 것이 책이다. 하지만 같은 책은 없다. 종이도 표지도 활자도 모양도 색깔도 다 다르다. 그것이 ‘개별자’다.
하지만 책이다.(정확하게 책으로 불린다.) 이 모두를 뭉뚱그려 책이라 부른다. 그 ‘책’이 바로 보편, 또는 ‘보편자’다.
책상에 꽂혀있는 다양한 필기구를 예로 든다. 아이들에게 수긍의 빛이 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얼마 안가 이제는 유물론과 관념론이 등장한다. 큰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짐승들의 위협이 있는 캄캄하고 추운 밤이 계속되는 동굴 속에서 오래된 인류들이 마침내 불을 발명했다. 불이 있으니 따뜻하고 불이 있으니 밝아졌으며 불이 있으니 짐승들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다.
자 그러면 불로부터 나온 온기와 빛과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은 실제로 파악되는(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온기나 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로지 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다. 감각으로만 느낀다는 것은 우리들의 인지능력으로만 파악되는 것으로서 생각(관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온기를 위해 불을 피운다’는 것과 ‘불을 피웠더니 온기가 있다’는 다른 입장이다.
전자는 ‘관념론’에 가깝고 후자는 ‘유물론’에 가깝다.
그런 이야기를 90분이나 아이들과 함께 떠들어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