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2011.09.05 에 이런 글을 내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6년이 흐른 지금 이 글을 보니 안철수에 대한 나의 판단이 그렇게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 말처럼 그는 정치적으로 화성에서 조난 중이다. 지구로 귀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현실정치가 참으로 녹녹하지 않음을 안철수는 몸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정치판에 발을 담그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과거가 영광이었다면 그의 현재는 그 영광이 바래다 못해 치욕으로 전환되는 중일지도 모른다. 권력이라는 욕망에 몸을 실은 안철수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적 반응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2017년 벽두, 대선 국면에서 보여주는 그와 국민의 당의 모습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 대표로 뽑힌 인사의 지루함과 안철수의 정치적 답보는 이 나라 정치의 단면이고 대중정치의 비극적 단면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반론은 있다. 그리고 인정한다.)
아래 글은 그가 정치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11년쯤에 쓴 글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과 견주어 보니 기막힌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예상, 아니 정확히는 우리의 예상이 거의 맞는 것 같다.
의사에서 컴퓨터 전문가가 되더니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인으로, 다시 과학자로, 그러다가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현대 한국사회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나의 몫이 아니다. 단지 그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뜨악하다.
현대 정치에서 대중의 인기는 거의 절대적이다. 대중의 인기와 여론이 혼용되는 불확실한 정치풍토에서 안철수의 영향력(혹은 인기)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남음이 있다. 그의 말대로 서울시의 소프트웨어를 바꿔보고 싶다는 말에 대중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존 정치 풍토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이러한 반응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서울시장이라는 직에 걸맞은 인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안철수라는 사람의 삶의 궤적에서 ‘정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한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치'란 과연 무엇인가? 넓게 보자면 희소가치의 분배이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간들의 행태를 집약한 말일 것이다. 물론 그는 회사 경영을 통해 직원을 관리했을 것이고 교수라는 신분으로 학생들을 관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통념 혹은 대다수의 건전한 상식의 관점에서 이러한 행위를 정치라는 용어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는 정치를 잘 모르고 동시에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서울시의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그가 다루었던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논리 정연하고 필연적이어서 우연성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서울시, 아니 인간 행동의 통합체로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소프트웨어는 논리성보다는 우연성이 더 우선하고 뿐만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특성을 초월하는 독립된 제3의 논리구조가 존재한다. 선거를 통해 그가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가 다루어야 할 소프트웨어는 논리보다는 우연이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가 가진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과 경험이 어쩌면 그 소프트웨어를 만나는 순간 "0(제로)" 가 될지도 모른다.
대중의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이 등치 되는 것은 천박한 우리 시대의 흐름이다. 대중들에게 어떤 인물의 총체적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인물의 인기가 그 인물의 전체적인 평가로 귀결되어서도 안 된다. 안철수라는 사람이 대중적 인기와 지지도를 획득한 것은 그의 삶이 상당 부분 노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당연히 다른 부분에서도 이와 동일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에게 조차도 어쩌면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가 가진 장점이 대중정치의 희망이라는 것으로 치환되기에는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고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진은 얼마 있지 않아 이 땅 곳곳에서 피어날 망초꽃이다. 몹시 흔하고 몹시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