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식의 해소를 위해
Aram Khachaturian(아람 하차투리안) 작곡 Waltz from the Masquerade Suite
키릴 콘드라신 지휘
Aram Khachaturian은 구 소련 아르메니아의 작곡가로서 프로코피에프와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레닌의 사후 경쟁자들을 일소한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부르주아 문화에 중독된 마르크스주의 귀족을 용납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적국인 독일에서 국민음악으로 추앙받고 있었으므로 전체주의와 투쟁해야 하는 사회주의자들이 왈츠에 맞추어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에 크렘린 궁에서 왈츠 소리는 멈추어 버렸고 재즈 음악 역시 부르주아 퇴폐문화로 낙인찍혀 적대감 어린 시선을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스탈린의 폭정에 의해 무소불위의 독재가 행했고 문화 부문에서 이를 뒷받침한 인물이 바로 주다노프이다. 하차투리안 같은 이름난 작곡가들도 형식주의란 명분으로 비판받았으며 특히 1948년 부르주아적 경향을 띤 음악을 작곡했다는 이유로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의해 기소되었고 공직에서 물러나기도 하였다. 그래서 수많은 작곡가들이 자의건 타의든 간에 19세기의 국민악파 스타일로 곡을 써야 별 탈 없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력과 예술은 긴장하며 공명한다. 예술가를 통제했던 스탈린 시대는 음악가들에게는 버거운 압제와도 같았다. 탄압의 초점이 쇼스타코비치의 9번 교향곡에 집중되자 겁을 먹은 하차투리안은 서둘러 스탈린의 삼림관리 계획을 찬양하는 송가를 지었다. 하차투리안의 피아노 협주곡이 문제가 되자 아예 음악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기도 했다.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는 가면무도회의 풍경을 가면의 허상과 가면에 가려있는 진실을 암시하며 내밀한 자의식을 악보에 털어놓은 작품이다. 총 5개의 모음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면무도회의 첫 곡인 왈츠는 회오리치는 우수로 슬픔이 가득하다. 2곡 녹턴은 밤의 시를 읊는 듯하며 3곡인 마주르카는 분위기가 급전환하며 시끌벅적한 무도회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다시 4곡 로맨스에서는 녹턴의 명상적 분위기보다 더 강하게 침잠하며 마지막 5곡 갤롭(발레 용어)은 경쾌한 무곡 형식으로 칼의 춤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음으로 회오리치며 끝을 맺는다. 러시아풍의 우수가 담긴 서정적 주제 선율을 왈츠라는 흥겨운 춤곡 형식에 담아내며 암담한 현실의 감추어진 슬픔이 어렴풋이 배어 나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키릴 콘드라신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선이 굵고 스케일 크며 중후한 진행의 그의 지휘 방식은 넘보지 못할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쇼스타코비치나 차이코프스키 등과 같은 자국의 지휘자 작품에서 괄목할만한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모스크바 악파의 지휘자답게 전체적으로 중후하고 로맨틱한 맛이 짙은 표현에 그 특색이 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에 있어서 차이코프스키의 창백한 감상으로 해석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연주한 것이 특색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악단 운영과 관리를 둘러싸고 정부 당국자들과 잦은 의견 대립 끝에 1975년에 음악 감독직에서 퇴진했고 1978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관현악단을 객원으로 지휘하던 중 망명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dLENHBw48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