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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2 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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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13. 2022

물들어가다.

漸染 (점염) 물들어가다.


悠遠吾有行*(유원오유행) 우리 갈 길은 멀고 먼데,

重遲混進却 (중지혼진각) 느리게 걷다가 진퇴를 잊었네.

幽樹備超詣*(유수비초예) 그윽한 나무는 초월을 준비하고, 

不倦月滿減 (불권월만감) 달은 부지런히 차고 이우는구나.


2022년 9월 13일 아침. 12일 낮에 찍은 사진을 염두하고 저녁에 짓다가 만 것을 오늘 아침에 완성하다. 올해 나의 한시집 이름이 ‘繕性(선성 – 마음을 기우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자연을 보며 자연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연이 보여주는 진리를 스스로에게 투영시켜 그 길을 천천히 돌이켜 본다.


어제 산 길을 걸어보니 자연은 이제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그러나 텅 비어 있는 듯이. 


자연의 변화는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름답게 변해가는 자연을 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름답게 변화해가는 것은 어쩌면 의무 같은 것인데, 나는 물론이고 인간 세상의 모습은 나이 들어감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 막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저 단풍잎처럼 나도, 우리의 삶도 그러하기를 ……


* 율곡의 시 ‘산중’의 이미지를 용사함.

* 超詣(초예): 사공 도 24시 품 중의 하나로 초월적인 경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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