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뉴스와 안토니오 그람시

by 김준식

1. 파타고니아


우리에게 아웃도어 용품 상표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Yvon Chouinard(이본 취나드)가 그의 전 재산을 환경단체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매우 엉뚱하지만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해 본다.


어쩌면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자본주의 내부의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견하였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체제의 견고성을 파악한 그람시의 생각이 오늘 아침 ‘파타고니아 뉴스’를 듣는 나를 서늘하게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호기롭게 탄생한 19세기 공산주의는 이제 그 생명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거나 끊어진 채 많은 유사, 변종 이념들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자본주의 체제는 사실 모순 덩어리의 이념체계임에도 불구하고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해오고 있다.


그람시는 자본주의의 유지 이유를 ‘문화적 헤게모니’에서 찾았다. 그가 말하는 “문화적 헤게모니”란 계급구조가 가지는 대립적 관계를 지배적인 권위와 경제적 풍요를 통해 지배 복종의 관계로부터 융합적, 통합적 관계로의 발전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배계급의 강제와 동의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와 혁명의 순교자, 김현우, 살림총서, 2005.)


2. 문화 헤게모니


레닌이 처음 헤게모니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당시의 의미는 혁명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자 계급의 지도력 정도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공산주의 이론가 그람시는 이러한 레닌의 생각에 오류를 지적하고 헤게모니를 새롭게 제안했다.


그람시의 헤게모니에 대한 수정적 의견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즉,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회주의 혁명('inevitable'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은 20세기 초, 전 세계 어디에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확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람시는 자본주의적 부르주아지의 가치가 모든 사람의 '상식'적 가치의 통로인 ‘문화’를 수단으로 통제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즉 ‘문화적 헤게모니 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노동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상과 부르주아지의 이상을 동일시하고 혁명이나 반란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레닌은 정치적 목적보다는 문화가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람시는 생각이 달랐다. 즉 그는 문화 헤게모니의 달성이 모든 권력 획득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3. 다시 처음의 문제로


결론적으로 아침에 들은 파타고니아 창업자의 선량한 기부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핍박하고 자본가를 위해 헌신하는 대한민국의 집권 세력들, 미국 중심주의로 인한 세계 곳곳 노동자의 좌절과 파탄이 자본주의의 맨 얼굴이지만 자본주의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헤게모니를 창출하고 또 그것을 자양분으로 하여 유지 발전될 것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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