澄思灑落 (징사쇄락)*
逍遙內外通 (소요내외통) 소요하니 안과 밖이 통하고,
用分晝夜同 (용분주야동) 분을 써서 밤낮을 같게 했네.
哀事隨世間 (애사수세간) 슬픈 것은 세간을 따르는 것,
心闔五蘊洞*(심합오온동) 마음 문 닫으면 밝은 심상뿐.
2022년 9월 23일 오후. 일주일이 끝나가는 금요일 오후. 국화 꽃대를 세워 묵고 거름을 주려 했더니 다음 주에 해도 될 듯하여 그만두고 그저 학교 뒤를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오늘이 24절기 중 추분임을 깨닫고 추분에 맞춰 글을 지어 본다.
逍遙는 여러 면에서 삶을 부드럽게 한다. 천천히 걸어보면 내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통하게 되는데 때론 반성하게 되고 때론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진다. 세상 일이 하도 어이없게 돌아가니 눈을 감고 듣기를 멈추고 마음문을 닫는다. 그러면 마음속 환하고 자유로운 세계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징사쇄락澄思灑落: 심미審美 발생의 전제는 허정虛靜이다. 즉 비어 있어 깨끗한 상태를 말한다. 그와 비슷한 개념이 징사이고 응사凝思이다. 쇄락은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단어를 반복하여 맑고 깨끗한 마음 자리를 말한다.
* 오온五蘊이란 한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산스크리트어 panca-skandha, 팔리어 panca-khandha. ‘온蘊’이란 산스크리트어 스칸다(skandha)와 팔리어 칸다(khandha)의 역어로서 덩어리, 무더기, 혹은 집합 또는 적취積聚를 의미한다. 오온은 불교적 인간관의 핵심으로서 불교에서는 인간을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오온으로 관찰한다. 이 다섯 감각기관이 감각과 인식의 근본이 된다는 의미의 오근五根이다. 여기서 색은 몸이고, 수 상 행 식은 생각인데, 결국 오온이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라는 구성요소이자, 인간들이 살아 생존해 움직이는 정신적과 육체적 활동 그 자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