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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2 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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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19. 2022

다시, 가을 날

又, 秋日 다시 가을 날


秋澤泛霧泱 (추택범무앙) 가을 연못 안개 피어오르니,

慘憶回去季 (참억회거계) 지난 계절 참담한 기억, 다시 떠 오르네.

無痕暫顯滅 (무흔잠현멸) 흔적도 없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니,

流動本無兮*(류동본무혜) 이어져 움직임은 본래 말이 없는데.


2022년 10월 19일 아침. 출근길에 월정 소류지 안개가 너무나 신비로워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지난봄 이 소류지 앞에서 한 시대의 변화와 아픔을 곱씹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문득 가을에 당도하니 무심한 안개는 다시 피어오른다. 


따지고 보면 거대한 순환 속에서 인간 삶의 옳고 그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그 상황이 전부인 듯 우리를 지배한다. 하여 얼마나 가벼운 인간의 삶인가!


* 소식蘇軾의 화문여가양천원지삼십수和文與可洋川園池三十首 중 무언정無言亭 에서 차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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