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物之際 사물의 경계
無際而有極*(무제이유극) 경계 없음은 곧 경계 있음이요,
盈虛馮閎素*(영허풍굉소) 차고 빔은 세계의 바탕이라.
初同果異形 (초동과이형) 처음은 같았으나 마침내 다른 모습이니,
景恒留囫囫 (경항유홀홀) 경계는 늘 온전함에 머무네.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점심시간 산책 중에 설탕단풍나무 잎 4개를 주웠다. 그 잎을 보며 주말 내내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1. Die Gestalt
게슈탈트(혹은 게슈탈트 이론)란, 인간의 지각은 각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각 그 자체에서 이미 완성, 혹은 구조화된 형태로써 지각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4개의 단풍잎은 모양이 다 다르다. 자라면서 일부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나는 완전한 형태의 단풍잎을 이미 머릿속에 떠 올려놓고 그것으로부터 현재의 단풍잎을 대조하면서 그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으로부터 시작된 영국의 경험론은 인식을 감각의 단순 총합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바로 게슈탈트 이론이다. 또한 인식을 단지 의식의 논리적 재현으로 보는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이후의 '주지주의적 관념론' 역시 게슈탈트 이론은 부정한다.
2. 경계*
처음 단풍잎이 나온 이후 저 모양과 저 크기까지 자라게 된 것은 엄청난 경계의 산물이다. 그 어떤 단풍잎도 이 모양과 이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한 경계를 가지고 있는데, 과학은 유전이나 기타 논리(온도나 습도, 혹은 토양이나 환경)로 추론해 내기는 하지만 그 경계의 본질을 우리의 지각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즉 경계가 보이지 않는 경계 속에서 생명체의 질서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장자》 ‘지북유’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경계가 보이지 않는 경계는, 경계가 경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만물은) 차고 비며 쇠락함이 있지만 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풍굉馮閎: 커다란 공간. 馮과 閎은 모두 크다는 뜻으로 풀이하자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