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학교 요리 수업 북 토크(양영하 지음) 후기

by 김준식

지리산 학교 요리 수업 북 토크(양영하) 후기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양영하 지음, 나비클럽.


1. 프롤로그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마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이라는 말속에는 먹기까지의 모든 과정과 먹고 난 이후의 모든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일상의 순간들이 모두 이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이것으로 종결된다.



숭고한 종교도, 거대한 철학도, 정교한 학문도, 절대 이 ‘먹는 것’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래서 ‘먹는 것’은 위대해질 수밖에 없고 또 위대하다. 더불어 그것이 일상이니 일상은 당연히 위대한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어쩌면 더 타당한 말인지도 모른다. 조금만 집중해서 우리의 일상을 톺아보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먹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2. 요리와 조리


料理와 調理는 다른 말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같은 말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料理라는 말은 '무엇' 즉 재료에 집중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결과로 나타나기 이전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범위라면 調理는 재료보다는 ‘어떻게’에 방점이 있다. 즉 특정한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다스려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가 調理다. 비슷하지만 차이는 분명 있다.



영어 'cook'은 처음부터 요리와 조리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라틴어 어원인 'cocus', 혹은 'coquere'는 'prepare food', 'ripen', 'digest', 'turn over in the mind'(음식을 준비하다, 숙성시키다, 간소화(소화)하다, 마음을 바꾸게 하다.)의 뜻이 있다. 특히 '마음을 바꾸게 하다'라는 말은 음식의 함의를 생각해 볼 때 잘 이해되는 말이기도 하다.



‘음식’을 흔히 오감의 예술이라 부른다. 오감은 불교적 용어에서 비롯된다. 즉 ‘眼耳鼻舌身’에서 유리된 ‘色聲香味觸’이 오감이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만 비로소 음식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말이며, 동시에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곧 음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3. 지리산 학교 요리 수업


개인적으로 나는 매일 먹고사는 문제에 매우 천착穿鑿하는 편이다. 이유는 많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크다. 어머니는 이 책의 작가처럼 모든 음식에 늘 진심이셨다. 비록 몰락한 집안에 시집오셔서 평생 남편 뒷바라지와 생존에 모든 것을 거셨지만 그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무리 사소한 음식조차도 소홀히 하시는 법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어머니로부터 매우 다양한 음식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도 그 덕에 내 손으로 잘해 먹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책을 두어 번 읽으면서 작가의 음식에 대한 진심을 깊이 공감했다. 나는 작가의 삶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작가의 부군인 공상균 작가의 시집을 읽음으로 부부의 삶에 대하여 아주 희미한 그림자를 보았고, 마침내 이 책을 통해 두 분의 진심 어린 삶에 공감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어머니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음식은 아무떼나(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 말은 우리 어머니에게도, 그리고 이 책의 작가에게도 공히 사용되는 말인 듯싶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어떻게 조리를 하든, 음식을 만드는 사소한 모든 과정에 정성의 다하여만 비로소 그 음식은 우리에게 맛으로,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전해 준다.



料理에서 理는 ‘다스린다’라는 의미인데 다스린다는 것을 음식과 관련해서 이야기해 보면 아마도 이런 뜻에 가까울 것이다. ‘툭 튀어나온 것을 가지런히 하고 모자란 것은 채우며 각 재료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사 계절로 꾸며진 작가의 책을 보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산골에서 자란 내가 너무나 친숙하게 먹었던 음식이 작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창조된 것을 본다. 이런 경지를 중용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용 23장 其次 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 爲能化

(다음은 지극히 하는 것이니, 지극하면 성(誠정성스러워)해질 수 있다. 정성스럽게 되면 나타나게 되고, 나타나게 되면 뚜렷해진다. 뚜렷해지면 밝아지게 되고, 밝아지게 되면 움직이게(감화)된다. 움직이게 되면 변(變)하게 되고, 변(變)하게 되어야 마침내 화(化)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오직 천하에 지극히 정성스러워야 화(化)할 수 있다.)



양영하 작가의 음식이 이 경지와 다르지 않음을 책을 읽고 또 읽으면 더욱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감히 권하고 싶다. 특히 남자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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