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교사의 견해(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뜻으로 이 글을 쓴다.)
어제(토요일, 2022.12.3) 집안의 혼사가 있어 직접 차를 몰아 천안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다녀왔다. 평소 주말과는 너무나 다른 고속도로 위의 교통 흐름에 놀랐는데 그 이유는 화물연대 파업의 파급효과였다. 장기화되는 파업에 도로 흐름은 좋아졌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얼마나 窮迫해질 것인가? 도로 위에서 한 이런저런 생각을 옮겨본다.
1. 운전 노동 시장
90년대 초반 한 때 나도 트럭을 몰고 설탕을 나르던 시절이 있었다.(선생 노릇을 국가에 의해 강제로 그만두었던 몇 년의 기간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큰 트럭이었던 11톤 장축 트럭에 설탕을 싣고 다녔는데 한 번 오갈 때(보통은 1박 2일이 걸렸다.)마다 기름 값 포함 기타 숙식비를 트럭회사로부터 받았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아주 추운 겨울철을 빼고는 잠은 거의 트럭에서 자고 식사는 휴게소 인근 음식점(당시는 지금처럼 기업화된 휴게소가 아니었다.)에서 주로 먹었다. 그나마 기름 값이 저렴하여 받은 돈을 제법 아낄 수 있었다.
92~3년 즈음에 그 일을 그만두었지만 지금도 화물을 싣고 시간에 맞춰 운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유람 삼아 다닐 때 하는 운전도 오래 하면 매우 힘이 드는데 화물을 싣고 시간에 맞춰 오래(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은 중노동이다.
화물을 싣는 트럭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화물의 주인 즉, 화주들이다. 화주는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화물을 유통시키고 싶어 한다. 당연한 경제 논리다. 하지만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고정비용, 즉 기름값과 자동차의 감가상각비용 기타 공과금과 자신의 노동비용을 정당하게 받고 싶어 한다. 역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시장은 다른 분야의 노동시장과는 조금 특별한 문제가 있다. 운송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문제점이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운전을 할 수 있는 면허만 있으면 이 시장에는 아직도 큰 진입장벽이 없다. 물론 각 종 중기나 특수 면허가 있지만 우리에게 있는 1종 보통 운전면허로도 이 시장에 얼마든지 진입이 가능하다.(플랫 폼 운전자의 대부분) 수요 공급의 특성상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즉 운전하는 노동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화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데 결론은 노동자에게 더욱 더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2. 최저가격제, 그리고 안전 운임제
최저가격제란 시장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보다 높은 가격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가격하한제로도 부른다. 노동을 공급하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수준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 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용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최저 임금제가 최저 가격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시장에 공급자(노동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수요자(화주 및 자본가)들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더 낮은 가격을 부를 수 있고 공급자인 노동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도 노동을 제공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마치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에서처럼 노동시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은 운전 노동자(특히 화물 운송 노동자)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다. 평균 노동시간이 거의 13시간을 넘고 있는데(일요일만 쉰다고 가정) 정부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이니 8시간 노동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시간을 늘려도 노동자의 이익이 별로 없으니 더 많은 차들이 더 많이 싣고, 더 빨리 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도로의 정체와 심지어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교통사고는 우리 모두의 삶과 일상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지난 정부 그리고 또 이전 정부의 무관심과 무 대책이 원인일 수 있다. 날로 변화하는 운송 노동 환경에서 운송노동자가 처음으로 조직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정부는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았다. 그저 노동 쟁의의 문제로만 본 것이다. 그 당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손 보았더라면 지금의 문제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물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이에 따른 차량과 노동자는 늘어났는데 여전히 2003년도 수준의 엉성한 인식과 법률 및 제도가 그저 임시방편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특히 이 정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협박과 압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조금 완화시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안전 운임제이다. 2020년에 최초로 도입한 이 제도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올해까지 일몰제(올해가 가면 이 제도는 사라진다는 의미다.)로 운용된 이 제도는(그나마도 전체 운송노동자의 6. 2%만 적용 – 한국 노동연구원 2022년 통계 자료 참조) 사라질 위기에 있다. 파업의 명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 운임제도를 확대하자는 것이 현재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3. 교육적 시사점
교육제도도 화물 운송제도와 비슷하다. 각 정부마다 자신들의 정책을 임시방편으로 적용하여 현재 우리의 교육제도는 거의 모든 면에서 걸레처럼 너덜거린다. 왜 이 나라의 역대 정부들은 교육문제를 장기적 전망으로 바라보지 않는가? 이유는 정말로 많지만 가장 핵심 이유는 집권 내에 성과를 내고 싶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려운 문제와 심각한 문제는 피해 가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편의적 정책만을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언제나 임기응변, 입막음, 눈속임의 정신으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집권 이후에 그 정책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수능이 끝난 고 3 교실을 운영하는 인문계 고교의 고민이 크다. 중학교의 자유 학년제가 다시 자유학기제로 바뀌고 곧 1학년 1학기로 고정될 예정인데 이제 막 자유 학년제의 상황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적용하려는 단계에서 무슨 논리인지 몰라도 몇 년 전으로 돌아갈 모양이다. (아주 단적인 예다.)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위협하는 업무개시 명령은 자유를 강조하는 이 정부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사회주의적 전체주의적 발상인데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 같은 이 나라 대통령과 관료들, 그리고 일부 언론은 그 지점에 대해서는 아무 말로 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의 당연하고 합법적인 권리인 파업을 불법이니 뭐니 하며 시비를 걸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