屛蔽*
大雪蕩天下 (대설탕천하) 큰 눈 천하에 질펀하니,
猝露眩皓光 (졸로현호광) 얼핏 흰빛에 현혹되네.
刹那蓋覆界 (찰나개복계) 순간에 경계를 덮어버리니,
獨見深疑藏*(독견심의장) 홀로 의심스런 감춤을 보네.
2022년 12월 23일. 내가 사는 진주는 어제 하루 종일 눈발만 흩날렸는데 한반도의 서쪽에는 엄청난 눈이 내린 모양이다. 아침 페북에 눈 소식이 가득하다. 매우 삐딱한 시선이지만 나는 흰 눈에 대해 사실 비관적이고 비판적이다. 세상의 모든 경계를 덮어버리는 것도 마음에 썩 들지 않을뿐더러 눈이 녹을 때 드러나는 현상의 처참함이 매우 싫다.
사실 눈이 가지는 속성의 대부분은 눈의 흰 빛에 의해 결정되었을 것이다. 순백의 빛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자연이 눈의 색을 그렇게 결정했고, 인간은 그것에 영향받을 뿐이지만 오로지 그 흰 빛 때문에 눈이 순결이나 순수의 상징이 되는 것은 대단히 못마땅하다.
* 병폐屛蔽: 가리고 덮음.
* 사공서司空曙(740~790): 중국 중당의 시인. 인품이 깨끗하여 권신과 가까이하지 않고 가난을 감수하였다고 한다. 사공서의 시 과종남유처사過終南柳處士에서 차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