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라는 영화
1. 뮤지컬과 극 영화
배우들의 노래를 통해 극을 전개해 나가는 뮤지컬은 노래라는 도구가 핵심이다. 당연히 노래를 지지하는 음악(반주 포함)과 배우들의 노래 실력 등이 성공의 관건이 된다. 배우들은 노래를 통해 극의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극적인 상황을 자신의 노래에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그런가 하면 영화는 대사를 통해 극의 핵심을 전달하고 음악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각 배우의 대사가 가지는 이미지를 통합하는 거대한 이미지가 영화 음악이 가지는 특징이다.
영웅은 이 두 개의 장르가 만났는데 뭔가 아쉽다. 이를테면 노래와 대사의 감정선이 관객의 입장에서 잘 합쳐 지지 않는다. 몇 년 전 ‘할리우드’에서 만든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가 어딘가 인터뷰에서 극 중에서 자신의 노래와 대사의 감정선 유지가 어려웠다는 고백은 단순한 너스레가 아니다. 노래의 감정선과 대사의 감정선은 분명 다르다. 조금만 틀어지면 서로의 효과를 상쇄시키기 쉽다.
영화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극 중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사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는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 노래가 자연스러워서는 관객에게 극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齊唱(유니즌)에서 보이는 출연자들의 억지스러운 입 모양이 이런 사실을 대변한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노래가 오히려 관객의 영화적 몰입을 방해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2. 몇 개의 불만
안중근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다. 그의 행적을 알려주는 영화 속 몇 개의 시퀀스는 오히려 그가 가진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느꼈다. 전체적으로 그가 영웅 이미지에 적합하다고 느끼는 장면은 영화 초입부와 몇 장면의 독백에 해당하는 노래와 극의 후반부에서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를테면 극의 대부분을 안중근이라는 영웅이 가지는 인간적 고뇌와 행적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지는 거의 실패에 가깝다.
알 수 없는 극 중 인물들의 희화화, 스토리 라인을 약화시키는 몇 개의 서사들은 영화가 끝나고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부분쯤 조마리아(안중근의 어머니) 여사의 독창 장면은 지나치게 신파적이다. 감독이 관객의 눈물을 빼야겠다고 다짐하고 만든 장면인 것처럼. 이 장면에 ‘영웅’이라는 영화 전체가 흡수되는 느낌마저 받았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보다는 그 어머니의 슬픔이 오히려 영웅 안중근의 이미지를 살짝 훼손하는 느낌이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미완이다. 그가 이토오를 처단하고 사형집행되기까지 약 5개월의 수감기간 동안 완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감옥 안에서 그에게 감명받은 일본인 지바 도시치(千葉十七)와의 인연을 통해 영웅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지만 이 부분에서는 보통의 영화처럼 노래가 없다. 오히려 이 장면에서 안중근의 고뇌와 인간적 갈등을 담은 절절한 서사의 노래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사족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모두 열혈 독립투사임에도 불구하고 극 중에서 제대로 묘사되지 못했다.
- 명성황후의 인간 됨됨이에 대한 극 중 묘사는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내가 아는 한 명성황후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내가 잘 못 알 수도 있다.)
- 안중근이 투사로 성장하는 모습이 없다. 어느 날 문득 독립전쟁 가운데 있다. 이를테면 관객의 기존 지식에 영화는 너무 의존한다. 왜 우리를 설득하지 않는가!
- 설희 역의 김고은의 노래 실력이 예상 밖이다.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