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 없는 순리

by 김준식

於循理不逆(어순리불역)


口愁甚冬雨 (구수심동우) 겨울비 심해 여럿 근심하여도,

天疏而不亡*(천소이불망) 하늘은 엉성하지만 놓치지 않네.

懸枝滴小弱 (현지적소약)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여리고 작지만,

已中器世間*(이중기세간) 이미 그 속에 우주가 있음을.


2023년 1월 15일. 올해 들어 두 번째 시를 짓는다. 그동안 바빴다고는 하나 핑계일 뿐이다. 토요일에 비가 와서 오늘 오전에 산길을 걸었다. 산길은 언제나 정답이다. 심신의 부조화가 산 기운에 순화되는 이 느낌이 참 좋다. 하지만 그 마음도 과하면 곤란하다. 몸도 마음도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나이 먹어 가는 원칙이다.


* 노자도덕경 제73장 이야기 중에…… ‘하늘 그물(天網)’이야기다. 하늘 그물은 언뜻 보기에 엉성하고도 엉성하다. 또 하늘 그물은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물은 이미 이루어져 있고 모두 갖추어져 있다. 즉 하늘 그물은 아무것도 잡아두지 않지만 이미 모든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다.


* 器世間기세간은 불교에서 우주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와 같은 말이다. 모든 중생이 살고 있는 산하대지 등을 포함한 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넓게는 생물들이 거주하는 자연환경, 물질세계 모두를 포함하는 우주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