問紅花安寧
問紅花安寧 붉은 꽃에게 안녕을 묻다.
日間春風吹 (일간춘풍취)봄바람 며칠 불더니,
栢懸紅燈就 (백현홍등취)동백나무 붉은 등 달았네.
梅丈丢歲已 (매장주세이)매화 어른 이미 가버렸으니,
乍停遊卽㞚 (사정유즉칩)잠시 머물러 놀다 곧 따르리라.
2017년 3월 9일 한 낮. 점심을 먹고 교정을 둘러보다. 동백이 폈지만 지난 해 보았던 그 동백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환한 동백을 보면서 떠 오른 생각과 그러다가 또 내가 동백의 마음이 되어, 그 마음을 글로 옮긴다. 아름답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그 주관의 내부는 또 다른 세부적 객관의 집합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현상을 나의 시선과 타자의 시선을 경계 지웠지만, 지금 동백을 보는 나와 나에게 보여지는 꽃은 이미 경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