操心
萬里霧鄙吝 (만리무비린) 만리에 안개 자욱하니,
眷顧無涯廣 (권고무애광) 돌아보니 아득하여라.
撓挑過劫塵*(요도과겁진) 시간에 흔들려 지나왔으니,
然辭餘厚㤶 (연사여후방) 문득 남은 것은 두터운 어리석음.
急拔當毒矢*(급발당독시) 독화살을 맞으면 빨리 빼야 하고,
陷溺即免脫 (함닉즉면탈) 빠지는 즉시 벗어나야 하는데,
時仄何緩身 (시측하완신) 시대는 기울고 느린 몸 어찌할까,
覆考如曾參*(복고여증삼) 증삼처럼 이리저리 생각만 가득.
2023년 1월 30일 아침.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조금 풀린 날씨지만 아직은 겨울이다. 2023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마음공부를 소홀히 했더니 안개 낀 것처럼 정신이 흐릿해졌다. 더불어 세상조차 점점 기울어 가니 더욱 마음이 혼미하다.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操心-마음을 움켜쥠) 2월을 준비한다.
* 撓挑過劫塵: 한유韓愈(退之)의 도원도桃源圖에서 차운함.
* 急拔當毒矢: 중아함 권 60. 전유경箭喩經의 만동자蔓童子(말룽꺄뿟타, Malunkyaputta)의 비유.
부처 당시에 만동자라는 비구가 “이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끝이 있는가 없는가? 영혼과 육체는 하나인가 둘인가? 여래는 사후에 존속하는가 안 하는가?”라는 질문을 부처에게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다른 종교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해주고 있는데 불교는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대답이 없으므로 만동자는 몹시 답답했던 모양이다. 부처께서 이 문제에 대하여 답변을 해 주지 않으면 부처 곁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을 때 그 친족들은 곧 의사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겠소.”
“성과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신분인지를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되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되었는지… 화살은 일반 나무로 되었는지 대나무로 되었는지를 알아야겠소.”
“화살 깃이 매 털로 되었는지 닭털로 되었는지 먼저 알아야겠소.”
이와 같이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나는 세상이 무한하다거나 유한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 문제는 ‘깨달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 비유가 강조하는 바는 인간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고 다가오는 죽음이 이와 같이 빨라서, 한가로이 이것저것 따지는 일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제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쓸데없는)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 논의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인생의 보다 중요한 문제는 현실적인 고통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응해 고통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매달려 우리 삶의 진면목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 증자(증삼): 공자의 제자 중에 한 사람이었지만 배우는 자세와 효를 실천하는 자세는 뛰어났으나 공자가 직접적으로 "증자는 둔하다"라고 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뛰어나지 못한 머리 대신 매일같이 스승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배운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장자』에서는 오히려 이 문제에 집중하여 필요 없이 형식에 집착하여 본질을 놓치는 사람으로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