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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12. 2023

부조리

부조리


영어 ‘Irony’는 일반적으로 ‘역설적인 상황’쯤으로 번역이 되는데, 어원은 본래 그리스어 ‘eironeia’에서 유래되었다. 이것이 라틴어 ‘ironia’로 바뀌고 그것이 ‘Irony’의 직접적인 어원이 된다. 그리스어 ‘eironeia’의 의미는 ‘dissimulation, assumed ignorance’(시치미, 모르는 체함)으로써 지금의 ‘Irony’의 의미인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 반대인 의미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언어의 형태’와 근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한자에는 부조리不條理라는 말이 있다. 부조리란 합리적이 않는 것,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뜻한다. 서양의 실존주의 철학에서 부조리(Absurdism)는 ‘현실에는 살아갈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절망적인 한계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알베르 까뮈에 의하면 “부조리란 인간의 본질적인 관념이고 제1의 진리이다”(Camus, Albert. 『The Myth of Sisyphus and Other Essays』, translated by Justin O'Brien. New York: Vintage Books, 1991. 17쪽)라고 이야기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며 까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튀르키예에 지진이 나고 수많은 생명들이 거대한 자연에 의해 다치거나 죽었다. 각국의 구조 전문가들이 나서서 폐허 속에서 구조를 벌인 결과 이미 생존의 골든 타임이 지난 오늘도 구조 소식이 전해 진다. 온통 뉴스들은 기적이라고 외친다. 그런 뉴스를 듣고 있자니……


지금 지진이 난 지역 중에 시리아가 있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내전 중이다. 그 원인은 너무도 많지만 대표적인 원인이 지역주의(종교적 지역주의)와 종파갈등(시아파 12 이맘파-'알라위'파의 장기집권 및 독재)이다. 지금까지 이 전쟁에 참전한 국가 및 이슬람 종파는 8개국 9개 종파이다. 죽은 사람은 수만에 가깝다. 


폐허 속에서 한 명을 구조해 낸 구조대원이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그 神과, 12년째 장기 내전으로 서로 수 천, 수 만을 죽이며 외치는 그 神은 다른 신인가? 이 극단적인 상황이야말로 까뮈가 말한 인간의 부조리가 아닐까?


늘 그렇지만, 나 역시 예외가 아니지만 …… 지독한 역설 속에 사로잡힌 인간의 역사, 그 한 장면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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