倨慢之皮 거만의 껍질
滴中映倒凡 (적중영도범) 물방울 속 세상은 거꾸로 비치니,
不知虛亦然 (부지허역연) 허상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네.
水點囚花片 (수점수화편) 꽃잎을 가둔 물방울,
道之動違戾*(도지동위려) 도의 방향과 어긋나 있네.
2023년 3월 18일 밤.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난 뒤 산책을 하다가 물방울 속에 꽃 눈이 들어있는 절묘한 장면을 촬영하게 되었다. 주말이 되어 산 길을 걷다가 이 사진과 어제 쓴 거만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마침내 거만이란 감정의 껍질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여 며칠 전 그 사진에 글을 놓아 마음의 경계로 삼는다.
물방울을 통해 보는 세상은 상하좌우가 바뀐 도립허상이다. 물방울이 진리의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방울 속의 꽃눈은 어떤 변화도 없다. 햇살이 나서 물방울이 말라 버리면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거만이란 물방울과 같은 것이다.
물방울, 껍질, 도립허상, 실체, 방향, 道…… 이런 것들이 하루 종일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 노자도덕경 40장 ‘되돌아감이 도의 움직임이다.’ 에서 용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