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無邊處

by 김준식

空無邊處*(공무변처)


入定滅毒龍*(입정멸독룡) 선정에 드니 독룡은 사라졌고,

忽然靜春風 (홀연정춘풍) 문득 봄바람 마저 멈추는구나.

見道而誇語*(견도이과어) 번뇌 없다는 것은 지나친 말이나,

此瞬資無窮*(차순자무궁) 이 순간은 무궁하리니.


2023년 3월 20일, 오후. 목요일과 금요일 학교를 비웠더니 공문 결재와 여러 가지 일이 밀려 오전엔 그 일로 바빴다. 점심을 먹고 어제 산 길에서 촬영했던 진달래 생각이 떠 올랐다. 어제 산 길을 걸으면서 제목은 정했는데 내용은 정하지 못하다가 오후에 불현듯 떠 올라 글로 옮긴다.


진달래는 사진 촬영이 참 어려운 꽃이다. 눈으로 보면 환하게 붉은빛이 아직 쓸쓸한 봄 산에 생기를 주지만 사진으로 촬영해 놓으면 뭔가 어색하고 특색이 없다. 심지어 어지럽기까지 하다.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진달래 사진도 몇 년 동안의 느낌을 벗지 못하여 스스로 안타깝기만 하다.


한 송이, 그리고 몇 송이 진달래의 고요를 보면서 禪定에 든 수행자를 떠 올렸다.


* 공무변처空無邊處: 불교의 세계관 중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무색계(무색계 4 천)에서 육신의 속박을 버리고 한없는 공에 의지하여 선정을 닦는 곳.


* 독룡毒龍: 불가佛家에서 법法에 대항하는 괴물을 통칭하는 말로써 ‘욕망’이나 ‘망집’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 했는데 평상심이란 “꾸밈이 없고, 시비是非)가 없고, 취함과 버림이 없고, 한결같아서 끊임이 없고, 속됨도 없으며, 성스러움도 없는 것”이라 했다. (전등록, 김월운 역, 동국역경원, 2008.) 세상 사람은 ‘도’라고 하면 특별한 것 또는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거룩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도’란 그런 높은 차원의 진리가 아니라 보통의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그런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에 번뇌가 없고, 일상생활의 하나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마음, 한결같이 수행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도’란 것이다. 따라서 거짓 없는 참된 이치가 진리이고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치가 ‘도’이다. 그런 이치를 확연히 깨닫는 것을 ‘오도悟道’라 하고, 그런 길을 보고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을 ‘견도見道’라고 한다. 여기서는 ‘번뇌 없음’으로 표현하였다.


* 잠참岑參: 715~770. 성당盛唐시대 시인이자 정치가이다. 그의 시 ‘여고적설거등자은사부도與高適薛據登慈恩寺浮圖(고적, 설거와 함께 자은사 부도에 오르다.)에서 차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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