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日
春雨相當聲畓溝 (춘우상당성답구) 봄 비는 적당하여 봇도랑에 소리를 내는데,
鬱日久留吾等側*(울일구류오등측) 우울한 날들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무네.
各花叢生處處發 (각화총생처처발) 여러 꽃들 우르르 곳곳에 피어나도,
春而非春歲次測 (춘이비춘세차측) 봄이 봄이 아님을 해마다 깨닫네.
2023년 3월 23일 아침. 집에 있을 때는 몰랐다가 출근하려니 비가 제법 내린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듣다가 문득 글이 떠올랐다.
우울한 날들이 참 오래 계속될 모양이다.
* 정태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 손에 꼽을 만한 위대한 노래꾼이자 투사이며 비범한 천재 중 한 명이다. 그의 노래 중 ‘북한강에서’ 중에 한 구절을 그대로 가져옴. 노랫말을 다음과 같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그 텅빈거릴 생각하고/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고..../짙은 안갯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강물 속으로는 또 강물이 흐르고/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고..../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1987, 북한강에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