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양망

by 김준식

物我兩忘(물아양망)


官止見神行 (관지견신행) 감각을 멈추고 신묘함을 보니,

這般氣塞美 (저반기색미) 이것은 숨 막히는 아름다움.

將彰忽滅盡 (장창홀멸진) 문득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져,

當依乎天理*(당의호천리) 마땅히 천리를 따름이니.


2023년 3월 25일 아침. 동백을 보다. 붉지 않은 꽃 색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배경 덕에 압도적 아름다움을 뽐낸다. 동양의 수목화론에 의하면 물아양망物我兩忘이라는 경지가 있다. 『장자』제물론의 물화物化와 비슷한 말이다. 유명한 ‘장주’와 ‘나비 이야기’가 그 근원이다.


동양의 화론畵論에 의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세 단계가 있다. 그 세 단계란 상형常形(사물을 그대로 그리는 것), 상리常理(일상의 이치)와 상외象外(일상을 벗어난 초극)이다. 문인화에서 강조하는 경지는 상리常理의 터득이며 그리하여 상외로 나아가는 것이다.


북송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소식도 그의 책 소동파전집蘇東坡全集, 정인원화기淨因院畵記에서 그림의 몇 가지 원칙을 논함에 있어 그 처음이 합어천조合於天造라고 말했다. 합어천조合於天造라 함은 하늘의 조화, 우주자연의 법도에 의해 생성된 본질적인 이치와 합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상리’를 자세하게 설명한 표현이다. 『동양회화미학』 최병식 지음, 동문선, 2007. 226~227쪽.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해 동양의 화론을 논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지만 그림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의미이다. 우연하게 찍힌 동백의 모습에서 ‘합어천조’를 느낀다.


塞(새)가 ‘막히다’라는 의미로 쓰이면 ‘색’으로 읽는다.


* 『莊子』양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