仰天 하늘을 우러르니.
散策與春風 (산책여춘풍) 봄바람과 함께 산책하니,
白雲順緩步 (백운순완보) 흰 구름 느리게 따르네.
隆汙無分別 (륭오무분별) 치세인지 난세인지 알 수 없지만,
天網而恢弘*(천망이회홍) 하늘 그물은 넓고도 넓다네.
2023년 3월 15일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었다. 문득 하늘을 보니 먼지가 없는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떠 있다. 내가 걷는 속도에 맞춰 나를 느리게 따라온다.
봄볕 잘 드는 들판에는 이름도 모르는 작은 꽃들이 한창이다. 스쳐 지나가면 대수롭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거기 작은 우주가 있다. 겨우 1cm도 되지 않는 꽃들이지만 물리적 크기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 그 꽃의 크기만으로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얇은 꽃잎 속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보고 있으면 욕망 없는 번식이야말로 우주적 관점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꽃들의 번식이야말로 우주적 사건인 셈이다.
진리는 낮은 곳에서 어쩌면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 작고 여린 꽃잎을 지난겨울 내내 온몸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마침내 시간이 되어 저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저 꽃들이야말로 진리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꽃을 보고 감탄하는 사이 구름은 더 커졌고 하늘은 더 맑아졌다.
* 노자도덕경 73장 하늘 그물은 엉성하지만 놓치는 게 없다. 에서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