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뒤......

by 김준식

雨後


雲停於山宗 (운정어산종) 구름은 산마루에 멈추고,

寞寞下物動 (막막하물동) 하늘아래 움직임, 아득하고 아득하여라!

霧粒散虛空 (무립산허공) 안개 허공에 흩어지지만,

心從入厚霿*(심종입후몽) 마음은 안개 자욱한 곳으로 들어가노니.


2023년 5월 19일 오전. 밤새 비가 그치고 아침 산에 안개가 날리더니 햇살 비추니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은 불투명한 안갯속으로 더 깊이 내려앉는다.


복잡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그 속에 나의 삶이 유지된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모든 일들은 미리 예정된 일이거나 계획된 일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복잡한 세계에서 우리가 단순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쉬운지도 모른다.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해 버리면 된다.


즉, 간단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본질이자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결코 간단해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간단함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거나 이미 거기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여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내 마음을 천천히 좇는다.


* 위응물(중국 당나라의 시인)이 지은 초발양자강기원대교서初發揚子寄元大校書 중의 시적 이미지를 용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