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꽃차례

by 김준식

攀緣*


有窮卽無止*(유궁즉무지) 유한 함은 곧 무궁함이라지만,

欲慮不能量 (욕려불능량) 생각해 보아도 알 수가 없네.

昏然立虛道 (혼연립허도) 희미하게 펼쳐진 텅 빈 길 위에서,

指眞唯層花 (지진유층화) 접시꽃만 진리를 가리키네.


2023년 5월 30일 아침 출근길, 동네 몇 집에 핀 접시꽃이 한창이다. 긴 줄기에 무한 꽃차례로 피어나는 꽃은 늘 나에게 영감을 준다. 아마도 해마다 접시꽃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같다. 올해는 제목을 달리하여 글을 쓴다.


접시꽃은 모양이 크고 화려하다. 하지만 홑꽃잎이라 오래 견디지는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보완하려는 듯 줄기 끝까지 꽃망울이 맺히는 무한 꽃차례(無限花序)의 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시 때문에 왠지 슬픈 느낌을 가진 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긴 장마를 앞두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화려한 꽃이다. 이 시절 산에는 자귀나무 꽃이 피어날 것인데……


* 반연이란 얽힌 인연, 또는 사물의 대상에 의지한다는 뜻이다. 곧 마음이 대상에 의지하여 작용을 일으키는 것. 다시 말해, 마음이 그 무엇에 의지함 없이 자기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칡덩굴 이 나무줄기 없이는 감고 올라갈 수 없음과 같으니, 이때 칡덩굴은 나무에 반연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는 어떤 대상을 마음속으로 끌어드린다는 뜻으로,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된다. 이것을 끊으려면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한다.(유마경)


* 장자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