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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07. 2023

두 개의 뚱딴지 같은 생각

1.     버리든지 없애든지……


『장자』 '산목'에 市南宜僚시남의료라는 사람이 등장하여 노나라 애공이 근심하는 모습을 보이자 애공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하는 대목이 있다. 


노나라 애공에게 현재의 모든 것을 버리라고 용감하게 이야기하는데 그 비유로 든 것이 여우와 표범의 가죽이다. 이를테면 여우와 표범이 덫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주요한 원인이 바로 그 가죽인데, 노나라 군주인 당신도 그 가죽(즉 겉으로 나타난 신분과 장식)을 버리라는 것이다. 아주 용감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나라 애공에게 “오만함을 없애고 편안하게 살겠다는 집착을 없애라고” 말한다. 목이 서 너 개쯤 필요한 베짱이다. 나아가 “비용을 줄이시고 욕심을 적게 하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짐짓 요임금 이야기를 한다. “요임금은 인민을 자신의 소유로 다스리려 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시남의료는 웅 씨이고 시장 남쪽에 살아서 시남으로 불리는 가상의 현자다.(‘장자’ 특유의 중언이다.)


2.     사드에 대한 생각


아프리카 대륙의 자연환경, 특히 약육강식의 세계를 촬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거기에는 선도 악도 없는 잔혹하고 예리한 진실만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이란 단어에 지나친 경의와 존경을 담아 사용하고 있고 또 그런 태도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고, 또 실제로 생활 중에 늘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 중, 사실 그 단어의 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경우가 자주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평가도 이와 같아서 단 한 번도 그 사람을 만나보지 않았으면서도 그 사람을 폄훼하는 경우(사실 특정인을 없는 자리에서 평가 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 본성상 그러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와 그 사람의 저작이나 사상을 단 한 번도 접해 본 적도 없으면서 (타인의 의견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 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사드(Donatien Alphonse François, Marquis de Sade)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드의 저작은 그의 나라, 프랑스에서조차 한동안 금서였고 그의 사상과 저작은 프랑스 외의 여러 나라에서도 20세기초까지 금기시되었다. 그의 이름 Sade에서 파생된 단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는데 그 뜻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의 저작을 직접 읽어보면 그의 사상과 철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매우 이상하고 변태적인 성욕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그의 저작인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를 읽어보면 그가 가진 사상의 요체가 종교가 가진 전체주의적 속성을 배제하고 정신적 자유(사실 그는 프랑스혁명 당시 바스티유 감옥에서 혁명군으로부터 해방되었다가 정신적 이상을 이유로 나폴레옹 시대에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죽게 된다.)를 추구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의 저작을 통해 나 스스로도 최근에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변태성욕을 나타내는 사디즘, 사디스트라는 단어들은 직접적인 그의 사상이나 태도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그가 쓴 저작들 중 이런 단어들과 유사한 몇몇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편리하게 그의 이름을 붙인 후세의 호사가들의 영향이 더 커 보인다. 


사드는 18세기 사람이다. 생각해 보자! 구체제의 억압을 무너뜨린 프랑스 대혁명의 성과를 나폴레옹의 전제정치가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린 그 시절 그는 전제주의 및 전체주의에 저항했다.(이것 때문에 그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되고 정신병원 Charenton에서 삶을 마치게 된다.)  그의 혁명적인 사상의 근본에는 인간해방이 있었고 그 인간해방의 속성의 성적 억압의 해방이었다. 따라서 그는 매우 현대적인 사상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의 현대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가장 자유롭게 욕망할 때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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