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감정하다.

by 김준식

相狗*


執飽同狸群 (집포동리군) 먹는 것에 집착하니 이리떼와 같고,

陷聰卽朱愚*(함총즉주우) 총명함에 빠지니 곧 어리석음이라.

依舊鳴鳩聲 (의구명구성) 뻐꾸기 소리는 변함없는데,

禽貪狺唾洵 (금탐은타순) 침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권력자들.


2023년 6월 11일 일요일 오후. 새벽에 일어나 모내기를 끝내고 다시 先塋을 둘러보고 진주에 오니 아직도 오전. 구름이 하루 종일 드리웠다가 비를 찔끔 뿌리다가 다시 햇살이 퍼지는 한반도 남쪽에는 이미 모내기가 끝나고 있었다.


정치만 문제없으면 이 땅 민중들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일 것인데 오로지 정치가 늘 문제다. 오늘도 함양, 합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정치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권력을 가진 저들의 부조리를 감추기 위해 순박한 민중들을 저들의 의도대로 갈래 지워 놓고, 가끔은 협박까지 한다. 그 놀음에 순박한 민중들은 분별없이 흔들릴 뿐이다. 지금이야 땅을 가장 순수한 실체라고 믿으며 살고 있는 87년 6월, 그 중심에 있었던 지인의 깊은 한 숨을 함께 하며 집으로 왔다.


오가는 길 위에서 생각한 것을 옮겨본다.


* 相狗: 개를 감정하다. 『莊子』 서무귀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서무귀가 위무후에게 개의 자질을 감정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개를 살펴 봄이라는 말로 사용함. 구체적으로 개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됨.


* 『莊子』 경상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