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

by 김준식

蝸角


涷中無餉簞 (동중무향단) 소나기 내리는데 도시락 바구니도 없이,

何故然發居 (하고연발거) 무슨 이유로 집을 나섰는지요?

觸氏左端奮*(촉씨좌단분) 촉 씨는 왼쪽 끝에서 떨치고,

蠻氏右角建 (만씨우각건) 만 씨는 오른쪽 뿔 위에 섰다는데.

魏齊兩角遊 (위제양각유) 위나라 제나라가 두 뿔 위 놀음이요,

天地亦蠢摘 (천지역준적) 천지 또한 꿈틀거림이라네.

恒戒緩以急 (항계완이급) 늘 느림으로 급함을 경계하시니,

路滑通去展 (로활통거전) 길 미끄럽고 트여 있으니 살펴 가소서.


2023년 6월 14일 아침. 어제(6월 13일) 오후 잠시 내린 소나기에 우연히 달팽이를 만났다. 붉은 포장도로를 지나는 달팽이를 보며 매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글로 옮겨본다.


* 『장자』 ‘칙양’편에 달팽이 이야기를 용사 하다. 달팽이 이야기는 대충 이러하다.


대진인戴晉人(현자)은 위왕에게 달팽이 왼쪽과 오른쪽 뿔에 각각 나라를 세우고, 서로 영토를 넓히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싸움터에 쓰러진 시체가 수만이나 되었다고 이야기하자 위왕이 실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진인은 우주의 크기를 이야기하면서 지금 영토를 다투는 위왕의 모습이 우주의 크기와 비교하여 저 달팽이 뿔 위에서 전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전형적인 寓言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