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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03. 2017

화엄사 홍매

見未蒝早發紅梅 (견미원조발홍매)

見未蒝早發紅梅 (견미원조발홍매)(아직 잎과 줄기 뻗지 않았지만 일찍 핀 홍매를 보며) 


榮榮紅梅樹 (영영홍매수)홍매 활짝 피어도,

塔影不干累 (탑영불간루)탑 그림자는 미치지 않네.

纍纍倒懸寓 (류류도현우)아등바등 거꾸로 매달린 삶,

檐鈴搖微風 (첨령요미풍)가는 바람에 풍경은 흔들리고.


2017년 3월 25일. 구례 화엄사 홍매를 보다. 멀리서 보면 너무 붉어 ‘흑매’ 라 불리기도한다. 저 꽃, 아마 오늘쯤엔 주말에 내린 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터, 우리의 삶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해 마다 피어나는 홍매지만 또, 해 마다 스러지는 홍매가 아닌가? 다만 억겁의 시간을 관통한 한 줄기 바람만 탑 그림자와 홍매, 그리고 풍경 사이를 무심히 오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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